2008글로벌리포트
일본의 시장조사업체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자태그는 최근 1∼2년 새 시범적 이용 단계에서 본격적 실용단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리더·라이터의 출하액이 101억엔(12만1000대)이다. 업무용 2차원 심볼 리더의 시장규모를 웃돈다. 당연히 전자태그 자체 시장규모도 확대돼 2006년 61억1000만엔, 수량 기준으로는 3600만매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규모는 당초 급속한 전자태그의 보급을 기대했던 예측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선행투자의 부담때문에 경영이 부실해진 제조기업도 다수 존재한다. 이미 시장에서 철수한 기업도 있다.
전자태그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 대비 효과’다. 현재 일본에서 전자태그 자체의 평균단가는 개당 160∼170엔으로 여전히 비싼 편이다. 기타 시스템의 비용 부담 역시 크다. 히타치의 ‘뮤칩 히비키(Hibiki)’가 칩에 안테나를 붙인 인렛 상태에서 1개당 5엔으로 대폭 인하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전자태그가 바코드나 2차원 코드를 전면 대체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자태그의 발전 가능성은 차세대 바코드라는 측면보다 오히려 바코드나 2차원 심벌과 구별되는 전자태그만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야노경제연구소는 전자태그의 수요가 현재는 운송이나 재고 등 물류가 가장 많지만 2010년 이후에는 소매를 중심으로 ‘유통’ 분야에서의 수요가 증가해 오는 2012년에는 유통의 구성비가 절반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자태그의 유통분야 성장 가능성은 이미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일례로 미쓰코시백화점은 지난 2005년 4월에 숙녀화 매장에 고객이 희망하는 사이즈나 색상의 제품 재고 유무를 바로 확인 가능하게 해주는 ‘전자태그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전자태그 부착 상품의 매상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신장됐다.
주력상품인 의류제품의 판매 부진 등으로 11년 연속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일본 백화점 업계에 전자태그는 경영기반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중국산 만두 파동으로 최근 일본에서는 식품 관련 위장 표시문제나 각종 공산품의 리콜 발생에 따른 소비자 안전 확보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본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RFID, 즉 전자태그다. 상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이나 유통이력에 대한 소급·추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전자태그기 때문이다.
현재는 상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관련 제품을 닥치는 대로 회수부터 하고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제품도 폐기 처분된다. 하지만 전자태그를 도입하면 문제 상품의 제조일이나 로트별 소재 검색이 가능해 정확한 회수가 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문제 대응이 가능할 뿐 아니라 환경보전에도 좋다.
물론 추적능력(traceability) 확보를 위한 전자태그의 활용 가능성을 놓고도 의견은 분분하다.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시각은 기업의 전자태그의 대량 도입에 따른 단가 하락과 함께, 소비자의 의식변화를 이유로 든다.
반면에 전자태그의 보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전자태그의 가격이 5엔이나 돼서는 야채 등 저가 제품의 소매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자태그의 가격이 1엔 이하로 떨어져야 실용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전자태그가 기업과 소비자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이 문제는 현재 일본의 IT, 물류, 유통 등 분야에 있어 열띤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확실한 답을 얻기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자태그가 다양한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전자태그의 부가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실험과 새로운 아이디어 제시가 무궁무진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민정 KOTRA 오사카무역관 과장(yurika76@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