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휘영 NHN 대표 "네이버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최휘영 NHN 대표(44)는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CEO다. 좋든 싫든 언론은 그를 따라다닌다. 바로 네이버의 지위 때문이다. 검색 포털 네이버는 시장 점유율 78%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천하무적이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검색 시장에서는 상대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NHN은 지난해 인터넷 업계로 처음으로 해외 매출을 포함해 1조원을 넘어섰다. 마치 ‘구글’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뉴스 거리’가 되듯이 네이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뉴스메이커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최 대표는 어떨까.

 오히려 첫인상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언뜻 승자만이 누리는 여유로움으로 비친다.

 “하루하루가 전쟁터입니다. 제 일정표를 보면 알겠지만 거의 사생활이 없습니다. 제가 제 일정을 세우는 게 아니라 회사 직원 전체가 제 시간표를 짜는 셈입니다. 그냥 그 시간표대로 저는 움직일 뿐입니다.”

 경기도 NHN 본사에서 만난 최 대표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주변 사람을 대하고 있지만 바쁜 일정으로 본의 아니게 누를 끼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가 공동 대표를 포함해 NHN 사령탑으로 ‘검색 거함’ 네이버를 이끈 지 벌써 3년. 인터넷 분야에서만큼은 이미 ‘승부사’ 경지에 올랐다. 거창한 인터넷 비전을 기대했던 기자에게 던진 그의 첫마디는 국내 게임 시장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었다.

 “온라인 게임이 뜨고 있지만 사실 세계 시장은 아직 콘솔 게임 중심입니다. 콘솔 분야에서는 숱한 글로벌 업체가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 글로벌 업체가 온라인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칫 국내 업체가 방심하면 안방까지 내줄 판국입니다. 시장을 빼기지 않더라도 이들의 협력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최 대표는 쉽게 말해 국내 업체가 앞으로 EA·소니·마이크로소프트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우리가 주도하고 있지만 방심하기는 이르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그는 인터넷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역대 인터넷 역사를 놓고 볼 때 ‘장기 집권’은 없었다는 논리다. 언제 네이버를 뒤집을 업체가 나올지 모르며 이미 글로벌화한 시장에서 더 이상 네이버의 상대는 국내 업체가 아니라고 말했다.

“네이버 1위는 말 그대로 국내 시장에서 1위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해외 시장에서 네이버는 말 그대로 신출내기입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합니다. 네이버는 결코 국내를 목표로 설립한 기업이 아닙니다. 세계에서 네이버를 만들고 싶은 게 모든 직원의 소망입니다.” 자연스럽게 그의 논리는 ‘네이버 1위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주변에서는 네이버가 떼돈을 벌고 있다고 아우성입니다. 번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며 인색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터넷이 국내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갓 10년입니다. 네이버가 돈을 벌기 시작한 지 불과 2, 3년에 불과하지요. 내년, 내후년 네이버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게다가 구글과 네이버를 비교할 때 네이버는 학사급 인력 50명이 구글 박사급 인력 500명이 할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모든 게 열악한 상황입니다.”

 최 대표는 아직은 네이버가 더 크기 위한 준비 단계라며 이를 위해 더욱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비판을 일축했다. 또 삼성·LG 그룹만큼은 아니지만 기업이 가지는 당연한 책무인 사회 공헌,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액수를 쏟아 붓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구글은 시가 총액이 150조원에 연간 매출이 15조원에 달한다”며 “한국에서도 100조원 가치 이상을 평가받을 수 있는 IT기업이 나와 인터넷 비전을 보여 주는 게 더 큰 네이버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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