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전력IT를 기반으로 끝없이 해외 진출을 시도 중이다. 이 중 배전 영역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한국전력은 오는 2015년까지 배전 해외사업에서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설비건설 및 운영사업(O&M)으로 배전 해외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5년간 배전 영역 해외사업 누적 수주액도 작년 11월 말을 기준으로 1500만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전력의 해외 배전사업은 지난 2002년 9월 ‘필리핀 배전계통 개선 타당성 조사사업’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비슷한 기간(2003 ∼ 2007) 일본 도쿄전력의 배전사업 수주액이 약 400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성장세다. 기존 발전 영역 해외사업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송배전으로까지 영역을 확대, 해외 사업을 다각화하는 셈이다.
특히 이 같은 성장을 전력IT가 뒷받침해 주목된다. 해외 사업에서 기존 배전기술과 통신기술 등 IT를 결합, 배전자동화시스템(DAS), 원격검침시스템(AMR), 배전투자계획시스템(DISPLAN) 등의 수출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전력선통신(PLC)을 이용한 원격검침시스템,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동화 기술을 사용한 배전자동화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운영 중이다. 파라과이·이집트·베트남 등지도 중장기 배전계획시스템·배전자동화시스템·원격검침시스템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05년 11월 착수, 2008년까지 시행되는 ‘리비아 배전계통 성능개선사업’은 764만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건설 사업을 제외한 순수 컨설팅 사업으로는 한국전력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전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호당정전시간(SAIDI), 호당정전횟수(SAIFI)와 전력 손실률 등 지난 40여년간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필리핀, 리비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7개국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은 전력IT를 발판으로 오는 2015년까지 해외 배전사업 분야에서만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컨설팅 위주의 현재 사업에서 탈비, 설비건설 및 운영사업(O&M)으로 영역도 적극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배전전력회사 지분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게 목표다.
한국전력은 “한전의 브랜드 가치를 적극 활용해 배전기자재 제조업체, 유관기관과의 해외사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해외 동반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 최대 고민은 ‘고유가’
최근 연이어 각종 해외사업에서 쾌조 행진을 계속하며 웃음짓는 한전이지만 고유가만은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최대 고민거리다. 2007년 영업이익의 대폭 감소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전력은 최근 예산절감 등 고유가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 돌입을 선언하고 신수익 창출을 위해해외사업을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공사(대표 이원걸)는 최근 유가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발전 자회사들이 원료를 수급할 때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의 척도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배럴당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가도 배럴당 이미 9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 유연탄가격도 톤당 100달러를 넘어서 작년 동기 대비 2배가량으로 상승했다. 게다가 환욜도 950원 수준에서 내려가지 않아 원가부담이 가중되는 상황. 한국전력은 이런 최근의 유가, 유연탄가 및 환율의 동반 상승으로 연료비가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은 2007년에도 고유가 및 유연탄가격 상승으로 ‘쓴맛’을 봤다. 지난 2월 한국전력이 발표한 2007년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2006년보다 7%가량 증가한 약29조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1조2315억원에서 무려 69%가 줄어들은 3817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당기순이익도 24%가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이 올해 심화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국전력이 지난 1980년 공사로 전환한 뒤 올해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명박정부가 물가 안정을 내세움에 따라 요금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한전은 이에 따라 예산 절감 및 해외사업 확대에 소매를 걷었다. 이원걸 사장은 지난 7일 전국 사업소장 비상대책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고연료가 극복을 위한 긴축 경영 계획‘을 수립·시행키로 했다. 우선 연초 배부된 예산을 회수하는 등 예산 7600억원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3월 중에 1단계로 4600억원의 예산을 줄이고 고유가·고환율이 지속되면 2단계로 3000억원을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해외 사업도 경영악화 극복을 위한 활로 차원에서 확대한다. 한국전력은 “사업다각화와 지역다변화, 발전과 자원개발을 연계한 패키지 방식 등의 해외 사업을 추진해 2007년 2000억원 수준에 그친 해외 매출을 5000억원까지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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