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54나노 D램공정 대만 이전 놓고 설전

 대만 반도체 업체에 대한 하이닉스반도체의 양산 기술 제공을 놓고 세계 1, 2위 D램 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정면 충돌했다. 특히, 반도체산업협회장을 맡은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지난 7일 협회 총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이닉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논쟁의 핵심은 하이닉스가 대만 프로모스에 기술 이전을 추진 중인 54나노 기술이 정부가 지난해 공포한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한 국가 핵심기술 중 하나인 ‘디자인룰 80나노급 이하 D램에 해당되는 설계·공정·소자·조립·검사 기술’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다.

 하이닉스 측은 “핵심이 되는 디자인 기술과 수율 공정을 확실히 막아 놓은 상태에서 양산을 위한 공정을 어떻게 셋업하는 지에 대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라며 “양산기술을 이전한다 해서 (프로모스가) 새로운 공정이나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프로모스와 협의하는 기술은 (지식경제부에) 신고만 하면 되는 것이며 국가 안보와 관련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면서 “프로모스가 기술을 이전받아 다음 세대 기술을 개발한다면 하이닉스에 그 영향이 제일 먼저 돌아오지 않겠냐”라며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로모스에는 일본 엘피다 등이 (하이닉스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러브콜을 한다”며 “프로모스가 엘피다와 제휴해서 기술을 이전받는 것보다 기술 유출 없이 안전하게 하이닉스가 안는 게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양산 기술이나 생산·공정기술 등을 모두 하나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무엇보다 반도체와 같이 우리나라 핵심 산업 기술을 어떻게 대만업체에 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삼성전자 측은 “중국이나 대만이 엄청난 투자를 하는데도 우리나라가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이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라며 “반도체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하루아침에 뒤집어 질 수 있어 프로모스에 대한 기술 이전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명목상으론 기술 유출 논쟁이지만 대만업체 퇴출에 대한 양사의 입장 차이라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최근과 같은 경쟁상황에서 기술력 없는 기업들을 일정정도 정리해야 (수익성 등)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로선 대만업체의 퇴출을 막는 하이닉스의 행동이 못마땅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이 황창규 사장의 발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