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그룹 간 유통망 재편을 통한 서비스 대전이 시작됐다.
3일 KT·SK·LG 등 통신그룹은 결합서비스가 일반화되고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그룹 내 유통망을 공동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유통망 재편을 거친 서비스 경쟁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통망 재편이 기정사실화하면서 통신사업자의 유통망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본격적인 결합상품 판매를 앞두고 통신그룹사별 유통경쟁력 제고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하나로텔레콤 인수 인가를 받은 SK텔레콤이 자사 2000여 대리점 및 판매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KT·LG 진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SKT-하나로 인수 1차 효과 ‘유통망’에서=SKT의 하나로 인수를 반대한 경쟁사는 한시적으로나마 공동 유통망 활용을 금지하는 조건이 붙을 것을 기대했다.
경쟁사의 이런 우려는 양사 결합의 시너지가 시장에서 나타나는 일차 경로가 바로 이동전화 대리점 활용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전화국 개념의 유통망을 갖춘 유선에서는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고객이 전화국을 직접 찾지 않는다. 하지만 유선과 달리 무선은 서비스 특성상 고객이 손수 사업자(대리점이나 고객센터)를 찾는 구조다. SKT의 하나로 인수로 조만간 출시되는 결합상품은 마케팅 비용은 하나로의 몫일지 몰라도 영업 주체는 SKT 대리점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 발로 찾아오는 (이동전화) 고객’에 하나로의 초고속인터넷이나 IPTV 상품, 혹은 두 상품과 결합한 요금할인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진다는 의미다. 하나로 내부에서는 개통에 따른 네트워크 및 기술 지원이 영업을 못 쫓아가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우려’가 나올 정도다.
◇KT, “연내 단일유통망 갖춘다”=유통망의 경쟁력은 매출에 직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간접비를 좌우하는 경영의 주요 인프라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특히 그간 유무선 통신서비스의 차이점에 기반을 두고 성장해온 통신 유통 구조는 이제 융합·결합 등의 시장 변화와 함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접어들었다.
KT가 지난해 말부터 KTF와 지배구조 개선과 무방하게 유통 인프라를 혁신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운 것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남중수 KT 사장은 3일 취임 일성에서 “연내 KT나 KTF 고객이 어느 유통망을 찾아가도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유통 인프라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임을 방증한다. KT는 KTF의 유통 자회사인 KTF M&S에 투자해 유통 전문 기업의 중심으로 키우는 한편, 전국 KT플라자나 KT 안팎의 유통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손질할 계획이다.
◇소매 경쟁력 갖춘 LG, 유무선에 접목=기업 인수로 유통망 공동활용이 자연스럽게 추진되고 있는 SKT나 목적의식적인 유통구조 변화를 꾀하는 KT 진영에 비해 LG통신그룹의 움직임은 아직 미세하다.
LG데이콤이나 LG파워콤은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지만 무선까지 포함한 유통망 공동활용에서 아직은 관계사 간 온도 차이가 있는 눈치다. 이제 실무선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 CEO 협의회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경쟁 진영에서는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LGT는 3위 사업자지만 유통망 경쟁력은 경쟁사에서도 인정할 정도다. 직영점인 이지포스트나 폰앤펀 매장 300개, 과거 영업직판매사원이 매장을 낸 스핀오프점과 일반대리점 등 소매 위주의 영업망이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동통신 단일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춘 LGT의 유통망이 그룹 및 결합 시장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점친다. 이와 동시에 그간 LGT의 유통망은 자본력이 뒤처지는 조건에서 조직원의 힘에 근거해 구축됐다는 점에서 관계사 영업대행 효과가 덜할 것이라는 서로 다른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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