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획]통신 생태계가 바뀐다

결합서비스 시장 도래에 힘입어 국내 통신서비스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유무선을 통합한 컨버전스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통신 사업자들 간의 인수, 합병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따라 유선, 무선, 방송을 아우르는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을 놓고 KT, SK텔레콤, LG통신계열, MSO 진영간의 세불리기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 통신 결합 대회전 개시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대해 정부로부터 조건부 인가를 받았다. 결합서비스 대회전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울려 퍼진 것이다.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결합에 거세게 반발해온 경쟁사들은 이제 연합전선 구축을 통한 세력 규합에 본격 나서야 할 때다.

우선 당장 KT와 KTF의 합병이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KT는 결합서비스 시장과 관련, 필요할 경우 KTF와의 합병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LG계열 통신3사는 LG데이콤을 축으로 해서 결합시장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LG텔레콤의 무선인프라까지 포함한 결합상품을 선보인다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MSO들 역시 최근 티브로드, 씨앤앰, CJ케이블넷 등을 중심으로 인수합병설이 모라모락 피어나면서 규모의 경쟁을 위한 세불 리가 한창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자들간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시장은 2강(KT-KTF,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1중(LG데이콤-파워콤-텔레콤), 다수 약(MSO)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현재 사업자들의 가입자 및 매출규모에 근거하고 있다. 2강으로 예상되는 KT-KTF와 SK텔레콤의-하나로텔레콤의 가입자 규모는 각각 2000만명, 2500만명 수준, 반면 LG계열 통신3사와 MSO들은 각각 1000만명, 250만명 내외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매출 부분에서도 KT와 SK텔레콤 진영의 경우 각각 17조, 13조의 규모를 보이고 있지만, LG통신 그룹과 MSO는 각각 6조, 2조 수준이다.

여기에 결합상품에 포함시킬 수 있는 서비스 인프라도 KT와 SK텔레콤 진영이 상대적으로 강력하다. 여러 면에서 KT와 SK텔레콤 진영이 우세한 만큼, 규모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결합상품 시장은 이들 두 사업자 주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LG그룹 통신 3사의 연대 여부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 결과는 싸워봐야 아는 법

하지만 KT와 SK텔레콤이 보유한 외형적 크기는 향후 결합상품 시장에 유리한 고지를 제공할 뿐 그 주도권까지 보장해준다고 볼 수는 없다.

KT와 SK텔레콤은 분명 결합상품 시장에서 매우 다양한 서비스들을 선보이겠지만, 결합상품의 기본 취지라 할 수 있는 요금할인 부분에서는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선보인 결합상품들이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출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물론 최근에는 KT가 새로운 결합상품들을 대거 선보이고,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계기로 보다 소비자 중심적인 결합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 파괴력을 점치기 아직 어렵다.

실제로 KT가 이번에 추가 선보인 결합상품도 유선전화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유선전화 수익감소를 우려 초고속인터넷을 반드시 함께 사용해야하는 조건이 붙였다.

시장의 요구에 결합서비스는 출시를 했지만 요금인하에 따른 매출감소 부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요금인하에 인색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은 바로 커다란 가입자 풀 때문이다. 다른 사업자들과 똑같이 1000원이라는 요금을 인하해도 가입자가 많은 만큼 더 많은 감수해야 하는 수익손실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서비스에서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결합시장을 주도할 무기임은 분명하지만 반대로 수익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오히려 결합상품을 통한 요금인하 주도권은 LG계열 통신3사와 MSO가 쥘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이들은 결합상품 시장에서 저렴함 요금을 무기로 TPS 시장을 공략해가고 있다.

LG계열 통신3사의 경우 획기적인 요금 정책이나, 틈새시장을 노린 결합상품 출시로 시장을 공략해나간다면 충분히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SO들은 합병을 통한 몸짓 불리기에 이어 서비스 권역 제한 해소로 일정 규모의 경쟁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 만큼, 확실한 유통망만 갖추게 된다면 결합상품 시장의 또 다른 주역을 담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일부 대형 사업자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시장 쏠림 가속화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싸워봐야 아는 법. 보다 다양한 사업자들이 결합상품 시장에서 자신들의 장점을 살린 결합상품을 쏟아 낸다면 시장 쏠림이라는 부작용보다는 진정한 소비자 통신 주권 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아직까지는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전자신문인터넷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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