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관세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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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디스플레이산업계가 정작 관세제도에선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경쟁국인 일본·대만·중국이 관련 장비 수입에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 업계는 고율의 관세를 부담해야 해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제조공정이 유사한 반도체 장비엔 무관세를 적용해 산업 간 형평성도 잃었다는 지적이다. 국내 장비업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장비 제조에 쓸 부품 수입 시 혜택을 볼 수 있어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산업 관세감면 제도 갱신을 위한 수요조사를 앞두고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매겨진 고율의 관세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현행 관세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노광기·습식식각기·현상기·세척기·박리기 5종의 제조 장비를 제외하면 대다수 디스플레이 장비에 8%의 수입관세를 부과한다. 증착기·건식식각기 2종의 장비에 한해 2.5%의 할당 관세 혜택을 주는 정도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8세대 LCD 패널공장 1개 라인을 투자할 때 800억원가량의 관세 부담을 안는 셈이다.

똑같이 ITA를 따라야 하는 대만 정부는 AUO·CMO·CPT 등 자국 내 패널업체가 국가지정 공업단지특구에 설비 투자를 하면 완전 면세 혜택을 제공한다. 중국도 정부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을 위해 생산설비 및 기자재의 수입관세와 증치세를 면제했다. 일본은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원천기술을 대부분 국산화해 관세 영향이 사실상 없다.

대만처럼 특구 면세 혜택을 주기 위해 패널업체가 지은 공장을 면세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법이 있으나 정책적인 사안이어서 쉽지 않다. ITA 협정을 개정하는 것도 국제적인 사안이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할당관세 혜택 대상을 늘리는 게 현실적이지만 정부는 국산화에 성공한 장비를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김재권 재정경제부 산업관세과 사무관은 “우리나라만 면세 혜택을 줄 수 없고 자체 조달이 가능한 장비에 면세 혜택을 주면 국내 장비업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현재로선 관세 감면 범위를 늘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로선 호황을 구가하는 LCD산업에서 세수를 확보하려는 현실적인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디스플레이산업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정부의 새로운 접근을 기대했다. 김동원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현실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제조용 부품·소재·장비엔 관세 인하가 필요하다”면서 “공장 자동화기기 관세감면 제도와 할당 관세 제도를 더욱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비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관세 면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산화에 성공한 장비라도 대부분 핵심 부분품은 동일한 8%의 수입관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재호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이사는 “장비에 부과하는 수입관세가 면제돼야만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핵심 부품도 면세 혜택을 받는다”면서 “되레 장비업체가 패널업체보다 세금 감면의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