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대국을 만들자](5)실태점검-영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6년 불법 복제로 인한 영화산업 피해현황 새해 영화산업계의 가장 큰 과제는 불법 시장 개선을 통한 부가시장의 활성화다.
업계는 부가시장의 침체가 현재 한국 영화의 위기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불법물의 유통이 부가시장 성장 저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안정숙)의 ‘2007 영화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3%가 온라인상에서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1년 전 조사 시점보다 10%P가량 높은 결과여서 불법이 사회적으로 좀 더 일반화됐음을 보여준다. 불법 다운로드 경험자들은 연평균 54.5편(주 1.1회)을 이용한다고 대답했다. 이는 국민 1인당 1년간 극장 관람 횟수인 3.4회의 14배에 가까운 수치다.
저작권보호센터의 ‘저작권침해방지 연차 보고서’는 2006년 한 해 동안 불법 시장으로 인한 영화산업의 피해 규모를 940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서울지역 극장 매출인 3000억원의 3배에 가까운 돈이 불법으로 인해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시장의 급속한 확대가 DVD판매 등 부가시장 붕괴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차승재 싸이더스 FNH 대표는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부가판권 시장이 죽었다”고 밝혔다.
부가시장의 붕괴는 한때 4만여개에 달하던 비디오·DVD 대여점이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3500개로 줄어든 데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부가시장의 붕괴는 매출의 80% 이상을 극장 수익에 기대는 기형적인 산업구조를 만들었다. 불균형한 수익구조는 산업 불안정성을 가속화해 지난해 한국 영화 산업은 평균 수익률 -43%로, 편당 평균 17억9200만원의 손해를 봤다.
미국은 영화 전체 매출 중 극장수익이 26.8%에 불과하다. 부가판권시장이 극장수익의 두 배 이상인 셈이다. 유럽과 아시아도 극장수익은 각각 35.5%, 37.3%에 불과하다.
김보연 영진위 연구1팀장은 “극장 매출과 부가시장, 해외수출이 8 대 1 대 1인 지금의 매출구조를 6 대 2 대 2로 바꿔 수익을 다각화해야 산업이 안정화된다”고 설명했다.
영화계는 불법시장 근절을 위해 채찍과 당근을 모두 이용할 방침이다. 이준동 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은 작년 말 열린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 대회’에서 “우리는 (불법 복제와) 전쟁을 선포하려 한다”는 말로써 강경한 의견을 밝혔다. 불법 파일을 유통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많은 편수의 영화를 올리가나 내려받아 저작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해비업로더나 다운로더를 상대로 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강경책과 동시에 불법 다운로드 방지를 위한 공익광고와 캠페인을 지속, 소비자의 인식전환도 꾀할 계획이다. 공짜로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합법 서비스가 도입돼도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안홍주 전 KT 미디어본부 상무는 ‘한국 영화 시장 동향과 전망’ 대담에서 “불법 복제나 불법 다운로드 상황이 상당 부분 개선된다는 전제하에 VoD를 포함한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싸고 이용하기 쉬운 대안 절실
‘불법이 더 쉽고 편하다.’
불법으로 영화를 내려받는 사람들은 불법 다운로드 시 이점으로 경제성·시간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안정숙)가 발간한 ‘2007 영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법 다운로드 경험자의 32.7%가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또, 원하는 때에 영화를 볼 수 있고(20.9%), 최신 영화 감상이 편리하다(18.4%)는 것도 불법 행위를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 설문 결과를 놓고 불법, 합법 여부를 떠나 다운로드가 영화 관람 매체 창구로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했다. 최수영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원은 “저작권 단속 강화 시 유료 다운로드를 대안으로 삼겠다는 대답이 불법 행위 경험자에게서 더 많이 나온다”며 “다양한 서비스 모델 개발과 불법 시장 양성화를 통해 시장 창출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영화를 합법적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창구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P2P나 웹하드에서 유료로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실제로는 영화 제작사·배급사 등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는 불법 파일이 유통되는 사례가 대다수다.
미국영화협회(MPAA)는 시네마나우·아이필름 등 합법적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를 안내해 불법 사용자를 양성화된 시장으로 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무조건 불법을 단속하기보다 합법적으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창구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씨네21아이가 곧 문을 여는 ‘즐감’ 서비스에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이유도 △HD급 소스 제공 △한 번 다운로드로 10회까지 재생 가능 △제한된 횟수 안에서 사적 복제 허용 등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가 불법 사용자를 양성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법복제 방지 위한 다양한 방법들
불법 복제 근절은 비단 한국만의 숙제가 아니다. 콘텐츠 보호를 위한 디지털저작관리(DRM) 개발에서부터 마약 단속 등에 쓰이는 탐지견 동원까지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노력도 각양각색이다.
DRM은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불법 복제 방지 기술이다. 국내에서 영화 부문은 DRM 기술 개발이 음악에 비해 속도가 늦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테르텐 등의 기업을 중심으로 동영상 DRM 서비스 출시가 잇따르고 있어 영화에서도 DRM 적용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문화부 역시 영화진흥위원회를 거쳐 디지털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구글과 유튜브는 사용자가 영화 파일을 올릴 때 불법 복제 파일인지를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 시스템은 원천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는 영화제작사가 유튜브에 콘텐츠 복제 파일을 제공하고 그 복제본을 다른 사람이 업로드하는 것을 허락할지 아닐지를 결정한다.
유튜브는 이 복제 파일에 영상 ID를 부가하고 업로드 시 모든 영상을 자동 검사해 영화제작사가 제공한 파일의 시각 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는지 확인한 후 제작사의 정책에 따라 업로드, 광고 부가 등을 실시한다.
개가 불법 복제 근절에 한몫하는 사례도 있다. 재작년 말 미국영화협회(MPAA)는 불법 복제 DVD 적발을 위해 영국세관과 페덱스의 도움을 받아 탐지견 두 마리를 투입했다.
‘불법 복제 DVD 탐지견’으로 불리는 럭키와 플로는 8개월 동안 광디스크 특유의 냄새를 맡는 훈련을 통해 영국 스탄스테드 공항에서 짐 속에 숨겨진 DVD를 찾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 개들은 작년 3월부터는 말레이시아의 불법 DVD 적발현장에도 투입돼 300억원 상당의 불법 DVD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둬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