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에 의해 촉발된 컨버전스(융합)는 미디어 및 정보통신 환경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음성·데이터·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 정보의 융합과 방송·통신·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의 융합이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이제 우리 삶의 곳곳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친다.
최근 교육 분야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응용 기회와 잠재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면서 컨버전스 기술을 활용해 실제 세계에서는 해볼 수 없었던 다양한 학습활동을 디지털 체험을 통해 생생하게 느끼고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 체험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가상현실의 벽을 넘어! 증강현실과 디지털체험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은 실제 현실세계의 영상에 가상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삽입해 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영상을 혼합해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즉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 속의 책상·의자·책·벽지 등의 실제 사물과 환경에 현실세계의 책에서 가상으로 만들어진 꽃이 피어나게 하거나 내 책상 위에 수성·금성·목성 등의 행성을 가져와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바로 증강현실이다.
이러한 증강현실은 첫째, 시각·청각·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한 3차원의 입체적인 학습정보를 제공하며 둘째, 현실세계에서의 맥락성을 유지해 실제 환경에 가상의 정보를 더해 이음새 없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셋째, 구체적인 실제 세계의 사물을 가지고 가상객체를 조작하는 실물형 인터페이스(TUI Tangible User Interface)를 제공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기존 데스크톱PC에서 활용돼 오던 아이콘과 마우스를 주축으로 한 그래픽 인터페이스(GUI) 방식을 더욱 자연스럽게 전환해주며, 모든 것이 가상으로 구성된 가상현실 체험과는 또 다른 디지털 체험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학습에 대한 실재감 및 몰입 강화를 통한 직관적·체험적 학습
증강현실은 3차원 방식의 여러 감각기관을 기반으로 한 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인간의 지각력을 높이고 학습정보에 대해 자연스럽게 몰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시각·청각·촉각 등 다양한 감각기관을 활용한 정보 표현 방식은 학습 상황에서도 학습자들이 학습내용에 대해 감각적으로 몰두하도록 함으로써 학습의 실재감을 증대시킬 수 있다.
이는 제3자적 입장에서 그저 보고 듣는 관조적인 학습이 아닌 시각·청각·촉각 등을 포함한 오감을 모두 동원해 만지고 잡고(grasp) 느낄 수 있는 직관적이고 체험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러한 체험적 학습을 가능하게 해 주는 증강현실의 기술적 특성은 학습에 대한 흥미 및 동기, 몰입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실제 환경과 유사한 공간 개념을 투영한 3차원 가상객체를 이용해 학습내용을 구성했다면 실제감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구의 공전과 계절의 변화 현상에 대한 내용처럼 추상적이거나 복잡한 학습내용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학습자의 심층적 이해 및 분석·종합·적용 능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증강현실의 특성은 특히 공간정보를 바탕으로 한 학습에서 큰 장점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세계와 가상 세계의 결합을 통한 실제적·구성주의적 학습
실제세계와 가상세계를 이음새 없이 연계해 주는 증강현실의 기술적 특성은 현실과 가상의 학습정보를 자연스럽게 결합해 준다는 점에서 학습효과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비트(bit)와 원자(atom)의 세계를 넘나드는 포스트 디지털 매체로서의 증강현실은 상황과 장소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학습환경을 지원함으로써 학습내용의 맥락을 유지하는 데 강점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실세계의 환경을 유지해 학습에 대한 실제성(authenticity)을 강화하는 증강현실의 특성은 실제적 학습 상황에서의 문제 해결과 고차적 사고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단순한 개념의 습득이나 이해 차원을 넘어서 적용 능력의 향상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의 학습을 강조하는 구성주의적 학습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실물형 조작 방식에 의한 의도적·능동적 학습
증강현실은 기존 사각형의 디스플레이·윈도·마우스·키보드·아이콘 등으로 대변되는 그래픽 기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모델을 넘어서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가상의 객체를 조작하는 방식의 실물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레고는 여러 단위의 블록들을 쌓아 3차원 모델을 만드는 장난감이다. 이를 사용해 3차원 모델을 만드는 것은 생각에 따라 바로 행해지는 단순한 작업이다. 그러나 이를 컴퓨터 상황으로 옮겨 컴퓨터의 3차원 모델링 도구를 이용해 가상 모델을 만드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고 사용법에 대한 습득과 훈련 후에나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컴퓨터 작업에 마우스나 키보드가 아닌 레고 블록을 인터페이스로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가상 모델을 만들 수 있다(Anderson et al., 2000). 이와 같이 실물형 인터페이스는 이제까지 사람의 손으로 만지지 못했던 디지털 객체를 손쉽게 사람이 만지고 선택하고 이동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인터페이스 자체를 더욱 직관적이고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는 학습상황에서도 조작방식을 배우는 등의 학습내용에 대한 접근에 어려움없이 학습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 학습자가 처해 있는 상황에 맞는 보다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증강현실 매체의 특성은 학습자가 스스로의 의도에 의해 학습 상황에 주도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적극적 상호작용을 유도함으로써 의도적이고 능동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맺는글
기술 발전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향해, 보다 사람을 닮은 모습으로 진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증강현실은 새로운 디지털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학습 테크놀로지로서 보다 진보된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기술적인 성숙과 쉬운 접근성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로운 기술을 보다 그 본래의 쓰임새에 부합되게 인간 중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를 활용하는 주체인 인간에 대한 이해가 면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새로운 기술이 주는 가능성을 진정한 디지털 학습 체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와 실제의 적용이 필요하다.
<약력>
- 1996년 동국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과 학사
- 1998년 동국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과 석사
- 2003년 기획예산처 정보화 예산심의 판견
- 2007년 동국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과 박사
- 1999년∼현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책임연구원, 기획혁신팀 팀장
- 2007년∼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멀티미디어과 출강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기획혁신팀장>shjang@keri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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