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다. 1조877억 원에 달하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전원회의를 열고 조건부 인가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앞서 마련한 합병 보고서 초안에서도 공정위는 ‘조건부 승인’으로 마무리 지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조건부 인가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단지 허용 조건이 어느 정도 될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공정위는 두 회사 합병에 대해 시외·국제전화·전용회선(SK텔레콤 측)과 유선전화 및 전용회선(하나로텔레콤) 간 수평결합에 대해서는 문제없다고 봤다. 인터넷포털(SK텔레콤 측)과 인터넷데이터센터(하나로텔레콤) 간 수직결합 역시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SK텔레콤의 이동전화와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간 결합은 혼합결합으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건부 인가’는 이 같은 판단 아래 나온 것이다. 50%가 넘는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SK텔레콤의 형편상 혼합결합은 다른 통신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 전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치의 일환으로 공정위는 통신사업자 간 뜨거운 감자인 800㎒ 대역 주파수 문제를 거론했다. SK텔레콤이 독점 사용해온 800㎒대역 주파수를 이용 종료 시점인 2011년 6월 회수, 공정하게 재배치하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전이라도 매년 말 800㎒대역의 여유 주파수를 다른 사업자에 공정히 나눠줄 것도 요구했다. 800㎒대역은 전파가 멀리 나가면서도 잘 휘어지기 때문에 기지국을 많이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소위 ‘황금 주파수’다. 이 때문에 SK텔레콤 경쟁사들은 그동안 계속 800㎒ 주파수를 공동 사용하게 해달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어차피 3년 후 800㎒ 대역을 반환해야 하는 SK텔레콤은 이번 달갑지 않은 결정으로 일찍 매를 맞은 셈이 됐다. 800㎒ 주파수 공동 사용 이외에도 공정위는 경쟁사 차별 금지와 매 분기별 이행보고, 그리고 2011년 10월 시정명령 재검토 같은 4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공정위가 7시간 여의 장고 끝에 내린 이번 결정에 대해 통신사업자마다 아전인수식 반응을 보이고 있다.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합병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해온 SK텔레콤은 “합병 효과 제약과 소비자에게 돌아갈 편익이 줄 것” 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KTF· LG텔레콤은 800㎒ 주파수가 거론된 것에 대해 내심 흡족해 하는 표정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통신시장 특성상 모든 사업자를 만족시키는 결정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두 회사간 합병은 오는 20 열리는 정통부 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앞으로 통신시장은 보조금 일몰제 폐지 등 시장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시기를 맞아 정부와 통신 사업자들은 공정한 경쟁 촉진과 그로 인한 소비자 편익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공정위 판결은 이를 다시 한 번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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