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연구실과 200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는 과학기술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서울대 사고에서는 박사과정 학생 세 명이, KAIST에서는 박사과정 한 명이 목숨을 잃는 등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자가 꿈을 접어야 했다.
이를 계기로 2006년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으며 이후 실험실 안전사고는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예산부족으로 전담 안전관리요원을 두지 않는 등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부는 4일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쾌적한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 및 기반구축 종합계획’을 마련, 시행키로 했다.
◇법 시행 후 안전사고 감소=‘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연구실 사고발생 건수는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5년간 보고된 연구실 사고로 인한 인적피해는 21개 기관에서 총 70건이다. 그러나 사립대(총 179개 대학)는 2개 기관에서 2건, 기업부설연구소(총 3984개)는 1개 기관에서 1건만 보고된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사고발생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원인은 실험자의 부주의 및 불완전한 실험 등이 7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고에 대한 기록(대학 14%, 연구기관 26%)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사고정보 미공유로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과기부의 설명이다.
◇전담 관리요원도 없어=과기부는 연구실 안전 전문인력과 예산의 부족 등으로 안전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은 기관의 안전관리자가 연구실 안전업무를 겸하고 있어 소방위주의 안전교육 실시 및 안전전검 등에 전문성이 떨어진다. 대학은 기관별 연구실 안전관리비에서도 연간 5700만원으로 정부출연연(3억1400만원)보다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재익 과기부 연구실안전과장은 “다양한 화학물질 사용, 연구개발 활동의 융합화, 초고온의 극한 실험 등으로 위험요소가 증가하고 있다”며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 및 연구현장에 적합한 안전관리 제도정착을 위한 체계적인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취약분야 중점 관리=과기부는 이번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 및 기반구축 종합계획(2008∼2012년)’을 통해 그동안 법령 이행사항 점검과 안전점검 위주의 안전관리를 연구활동 종사자의 건강보호 강화와 자율적 연구실 안전관리의 선진화로 전환키로 했다. 이와 함께 연구실 안전 취약 분야를 발굴해 안전관리 기준을 개발·보급하고, 정밀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는 등 지원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또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연구실 안전워크숍 개최와 연구실 안전관리자 포상 및 안전관리단체 육성도 지원한다.
연구실 안전정보망을 통한 법령 이행사항의 전자보고 제도도 정착시키는 등 일선 연구원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연구실에서 마음 놓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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