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피, 길 잃다…모든 논의 중단

 “위피가 제대로 가려면 강하게 드라이브할 민간 기구가 필요한데, 현재는 모든 논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국산 무선 플랫폼 표준 위피가 갈 길을 잃었다.

 그동안 정통부가 주도해 온 위피 사업의 주체가 사실상 민간으로 넘어갔지만 누구도 주도하려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선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임베디드SW 연구단장은 “이통3사가 정부 정책에 민감한데다 위피는 의무화와도 연계돼 현재까지는 조심스러운 태도인 것 같다”며 “여러 문제가 겹쳐 큰 그림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통3사, 단말사 재단 설립 회의적=지난해 위피의 해외 진출 및 활성화를 위해 기존 표준화기구인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을 재단법인화에 업계가 합의했다. 하지만 현재 이통3사와 단말 제조사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는 것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위피 해외 진출 자체가 가능한지 우려된다”며 “무선인터넷활성화협의회에서 표준화를 하는데 굳이 별도의 단체 설립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병철 KTF 상무는 “재단 자체를 공식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위피 하나로 계속 몰아붙이는 것 자체가 해외진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위피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며 “이 사안에 관해서는 사업자가 답하는 게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최선 아닌 차선된 표준 개발=위피 활성화 기구 조직에 대한 논의는 답보상태지만 차세대 위피인 ‘위피3.0’에 대한 표준화 개발은 지속 중이다. 현재로서는 위피가 의무탑재 사안이기 때문에 이동통신 환경 변화와 단말기 변화에 맞게 위피를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피 표준 개발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위피가 의무 탑재 사안이니 손놓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위피 고도화하는 작업은 계속하고 있지만, 활성화나 표준화 부분에서는 답답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성순 아로마소프트 대표는 “당장 위피가 없어진다고 솔루션 업체의 매출 타격이 크지는 않겠지만, 6년간 표준 플랫폼이었던만큼 파생된 곁가지가 생각 이상일 것”이라며 “이것이 표준 개발을 지속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면적 검토 필요성 제기=이런 상황에서 위피를 전면적인 검토해야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병철 KTF상무는 “글로벌에서 플랫폼 관련 시장이 많이 바뀌었다”며 “다시 표준을 정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결국은 표준의 이상적인 모델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식 이노에이스 대표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업계가 자기 주장을 조금만 양보하고 지금이라도 위피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피 추진 현황

* 년도 및 일 → 추진 내용

▷2001년 9월 → 이동통신3사의 모바일플랫폼공통요구사항 제시

▷2002년 3월 → 모바일표준플랫폼 규격 버전1.0 채택

▷2002년 5월 → 모바일표준플랫폼 명칭 ‘위피(WIPI)’로 확정

▷2002년 12월 → 정통부 위피 탑재 의무화 방침 결정

▷2003년 1월 → 위피 버전1.1 발표

▷2004년 7월 → 모바일표준플랫폼 규격 준수 의무화 고시(정보통신부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 개정)

▷2005년 4월 → 위피 플랫폼의 단말의무탑재 시행

▷2006년 3월 → 위피 탑재 휴대폰 1000만대 돌파

▷2007년 4월 → 정통부, KTF에 위피 미탑재폰 허용

▷2007년 11월 28일 → 정보통신부 ‘위피 발전 전략’ 공개, 2010년까지 정부출연금 60억 투자

▷2007년 12월 3일 → 2007 KWISF&WIDEF 모바일 기술 콘퍼런스에서 위피3.0개발과 위피활성화협의체 논의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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