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이 바꾸어 놓은 생활모습 중 하나가 자동차에 부착된 위치정보시스템(GPS)이다. 서울역에서 관악산 아래에 있는 서울대학교를 가려고 할 때, GPS에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을 입력하고 출발하면 모든 것을 지시해 주고, 심지어 가는 길의 교통사고 정보까지 알려준다. 서울역에서 출발하기 전에 GPS에 도착지를 입력하는 순간 이미 앞으로 운전할 도로가 확정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앞으로 운전하고 갈 길들이 도착지 입력과 더불어 확정되며, 이는 곧 ‘미래가 과거가 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10년 전 인터넷 활용이 보편화하기 시작하며 나온 문구인 ‘미래가 지금이다’에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으로 정보통신 발전이 우리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미래를 과거가 되게끔’ 변화시키고 있다. 이를 모던 생활(modern life)에서 포스트모던 생활(post-modern life)로 진화한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정보통신 발전과 활용의 확대는 단순히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꿀 뿐 아니라 기업경영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즉 오늘날 우리가 현대 경영이라고 부르고 있는 경영 이론과 기법은 지난 100년간에 걸쳐 이루어진 것들이다. 역사적으로 돌이켜보면 1900년 초기에 테일러나 파욜의 과학적 경영과 관리론에서 시작, 기업의 능률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식이 개발되고 발전했다. 이런 현대경영의 지식과 기법은 관리기능인 계획·조직·인사·지시·통제 기능 등에서 발전했을 뿐 아니라 사업기능인 생산·마케팅·재무·회계 분야에서 심화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활용 확대는 기업경영 방법과 내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한 예로 기업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디자인할 때, 과거에는 기업 내부의 부서에서 주어진 인력이 진행했다. 하지만 요즘 추세는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을 활용, 신제품 개발과 디자인을 외부에 공개해 외부 인력의 도움까지 받으며 진행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조직에도 영향을 끼쳐 이제까지의 현대경영이 기능별 조직과 부서 내의 인력에 의존했다면, 포스트모던 경영에서는 팀워크를 중시하며 동시에 내부조직뿐 아니라 외부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변화가 일고 있다. 이는 제품개발뿐 아니라 생산·영업·광고 등 기업 활동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만든 광고가 등장해 광고기획사를 밀어낸다든지, 사용자가 창안한 디자인 개선이 꽃을 피운 것 등이 좋은 사례다. 결국 이런 추세의 연장에서 현대경영을 본다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활용이 현대경영의 지식과 기법을 ‘끝남이 시작된 것’으로 바꾸어 버리고, 동시에 새로운 경영모델인 포스트모던 경영을 출현시킨 셈이 되는 것이다.
포스트모던 매니지먼트는 지난 100년간 개발된 현대경영을 종식하고 새로운 경영지식을 출현하게 하는 것이다. 이의 기반은 정보통신기술이고 그 핵심은 과거에 불가능했던 협업을 가능하게 함에 따라 기업의 관리기능이나 사업기능이 전혀 다른 형태와 내용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CEO나 경영자들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새롭게 구축되는 포스트모던 매니지먼트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곽수일/서울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 skwa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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