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의 홍수 시대다. 한 사람이 쓰는 PC가 3∼4대에 이른다. 회사에서 쓰는 업무용 PC, 일상생활 짬짬이 쓰는 노트북PC, 집에서 게임 하기 좋은 고성능 데스크톱PC 등이 따로 있는 일이 허다하다. 개인적으로는 연구용·실험용까지 합쳐 6대를 쓴다. 그런데 PC 쓰는 일은 항상 복잡하다. 소프트웨어를 인스톨하고, 사용자 환경을 설정하고, 개인 정보를 백업받고, 보안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 최신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메모리를 늘려야 하고, 심지어는 PC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 때도 있다. 왜 PC는 TV처럼 간단할 수 없을까.
◇20년 PC 연구 경력자도 어려운 PC 관리=전문가들도 PC 관리에 두손 두발 들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윈도 블루스크린이 떠올라 ‘패닉’ 상태에 빠질 때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이다. 수많은 PC와 관련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환경을 관리해야 하는 기업, 기관, 연구소에서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미국 기업에서는 PC 구매가격보다 운영자 인건비, 전기료, 전산실 냉방료 등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통계가 정설로 통한다. 매달 PC 가격은 내려가는데,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특히 요즘 들어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PC를 가동하기 위한 전기료가 끝없이 치솟고 있다.
◇PC는 구름 속 저기…클라우드 컴퓨팅 등장 = 그동안의 PC는 잊어라. 이제 워드, 엑셀 등 필요한 작업을 제시하면(구름 속으로 던지면), 어디엔가 이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이 할당돼 작업을 실행할 수 있게 되고 결과도 주어지는(구름에서 떨어지는)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가상화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 사용자의 데스크톱 환경부터 기업들의 대용량 정보처리와 인터넷 기업의 웹 2.0 서비스까지 PC 없이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테면, 개인 PC환경은 ‘호스트된 데스크톱 환경(hosted desktop environment)’이란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의해 데이터 센터의 PC에 인스톨돼 실행된다. 사용자 측면에서는 신 클라이언트라는 작은 기기에 모니터·키보드·마우스 등만 연결해 사용한다.
◇높은 가용성·효율성·보안성·확장성 보장=사용자의 컴퓨팅 환경이 데이터센터의 한 PC에서 실행된다. 작업의 요구사항에 맞게 맞춤형으로 연산 시간과 메모리, 디스크 용량 등이 할당될 수 있다. 또 해당 PC가 문제가 있을 때 사용자 컴퓨팅 환경이 단순한 형태의 잘 포장된 이미지의 형태로 언제든지 손쉽게 다른 PC로 이동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사용자는 이런 복잡한 과정을 전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골치 아픈 PC 관리의 문제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컴퓨팅 자원도 크게 아낄 수 있다. 이메일 확인, 웹서핑 등 간단한 작업만 진행 중인 사용자의 컴퓨팅 환경은 가상화를 이용해 PC 한 대에 몰아 실행하면 된다. 또 많은 메모리 용량이 필요한 멀티미디어 제작을 하는 때는 데이터센터 내에서 메모리가 더 많은 PC로 실시간에 이동해 손쉬운 확장성도 제공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IT기업의 제품 개발도 손쉽게 해준다. 서버 한 대도 소유하지 않은 인터넷 기업이 가능해진다. 심지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인터넷 서비스 개발자들도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만 있을 뿐 콘센트에 전기를 꽂아 사용하듯 인터넷에 통신 포트만 연결한 채 데이터 센터 PC를 마치 회사 내에 있는 서버를 사용하듯 사용하게 된다. 대신 기업은 사용한 만큼만의 비용을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회사에 지급하면 된다.
◇이미 미래가 아닌 현실 = 현재 상업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은 아마존에서 제공하고 신축적 컴퓨팅 클라우드(EC2:Elastic Computing Cloud)다. 시간당 사용료는 CPU 개수, 메모리 크기, 디스크 크기에 따라 10∼80센트다. 저장공간은 저장 클라우드(S3) 형태로 별도로 제공되며, 가격은 1기가바이트당 한 달 사용료는 15센트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1851∼1922년 1100만개에 이르는 기사들을 전자문서화해서 일반인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신문은 이를 위해 PC나 디스크 등을 전혀 구입하지 않고, 아마존 서비스를 사용해 100 개의 가상 PC와 1.5테라바이트의 S3 저장매체를 사용, 하루도 걸리지 않고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물론 이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시간이 들었지만, 이를 위해 PC를 구입하고, 환경을 구성하고, 관리하고 하는 데 들 시간과 노력을 상상해보면 클라우드 컴퓨팅을 사용한 것이 얼마나 깔끔한 방법이었는지 알 수 있다. 앞으로는 TV에 직접 키보드, 마우스만 연결해 쉽게 PC로 사용하게 되는 제품들도 예상된다. PC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뉴욕(미국)= 류경동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애리조나주립대 겸임교수, 전 재미한인정보과학회장
kryu@us.ib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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