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GT 없인 설 땅 없다.
첨단IT 경쟁이 ‘고성능’에서 ‘친환경’으로 바뀌었다. 아울러 ‘그린오션’이 ‘푸른 바다(블루오션)’가 되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
그린오션은 환경을 핵심경쟁 우위 요소로 활용해 환경·에너지·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새 시장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린오션의 키워드인 ‘친환경’은 변신하지 않으면 빠져드는 늪으로 인식됐다. 친환경 기술·제품으로의 전환은 현실적으로 막대한 비용부담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환경’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기회수단’으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이제 ‘그린오션’에서 새로운 도약의 열쇠를 찾고 있다.
1990년대 말 지구촌은 ‘디지털 열풍’에 휩싸였다. 모든 기술과 제품에서 ‘디지털화’가 강조됐고 실제로 디지털 물결에 발빠르게 대응한 기업은 ‘순풍에 돛 단 듯’ 성장세를 구가했고 아날로그 사고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에 시간이 걸린 기업은 설 땅을 잃게 됐다. 디지털화가 위기와 기회라는 양면의 칼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당시 국내기업은 IT화로 표현되는 디지털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성공 신화를 일궈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기회가 ‘그린오션’이란 이름으로 다가왔다.
그린IT는 이미 모든 산업 분야의 공통의 테마로 자리 매김했다. 그리고 대체에너지·친환경 IT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 분야를 창출해 냈다. 고객의 선택 기준 역시 ‘그린’에 맞춰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는 2008년 기업에 충격을 안겨줄 10대 기술의 하나로 그린IT를 선정했다. IDC도 올해 주요 IT트렌드로 환경에 대한 관심을 지적했다. EU는 2020년까지 에너지소비 20%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8월부터 EU 지역 수출 제품에 대해 친환경 설계 지침 준수(EuP)를 증명하는 마크 부착도 의무화했다.
친환경 바람이 가장 거세게 불고 있는 분야는 정보시스템 및 관리 쪽이다. 기업 시스템 운용비용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선다. 서버나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의 전력절감이 가장 큰 화두다. 고객의 선택 기준이 성능이나 기능에서 소비전력이 적은 제품으로 옮겨가고 데이터센터나 서버룸에서의 소비전력 급증으로 전력절감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지난해 4월 AMD·IBM·HP·선 등 주요 IT기업은 ‘그린 그리드 얼라이언스(Green Grid Alliance)’를 발족했다. 교육, 서버 전력 측정 표준 구축, 제품 설계 변경 등을 통해 기업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를 줄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 연합이다.
마커스 본 엥겔 액센츄어 전무는 “오래된 데이터센터는 ‘전기먹는 하마’로 여겨진다”며 “데이터센터 운영기업들이 당장의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친환경’ 흐름을 외면한다면 도태는 불 보듯 뻔하다”고 경고했다.
가전업계에도 친환경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연초 개최된 ‘CES 2008’은 ‘그린IT’의 경연장이 됐다. 가전·정보통신업계에도 그린IT가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 후지쯔가 출품한 일명 ‘옥수수 노트북PC’는 옥수수 녹말을 원료로 만든 재생 플라스틱을 외장재로 사용해 화제를 모았다. 배터리전문업체 Z파워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은아연 배터리를 선보였다. Z파워의 은아연 배터리는 전기용량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20∼30% 많다. 고가 소재인 은을 사용해 자발적으로 회수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우리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도 반도체 초미세공정 도입을 선도하며 ‘친환경’에 앞장섰다. 기존 LCD·PDP 등에 비해 전력 효율이 뛰어난 OLED 산업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풍력·태양광·바이오에너지 등도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기존 산업 구조에 변화를 가하면서 ‘친환경’이란 이름으로 급부상했다. 이들 산업에서 파생되는 각종 부품·장비·재료산업도 각광받고 있다.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교토의정서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 사업, 청정개발체제 사업 등도 모두 친환경 바람을 타고 신성장산업으로 떠올랐다.
‘그린IT’의 확산은 더 이상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을 낳고 있다. 대기업의 이러한 인식은 이제 중소기업에까지 퍼졌다. GT 없이 설 땅이 없어졌다.
그리고 ‘비용부담’이라는 측면이 강조되던 환경에 대한 인식은 이제 선각자들을 중심으로 ‘기회창출’로 여겨지면서 새 게임의 룰과 새 시장을 조성했다. 90년대 말 디지털 바람을 순풍으로 이용했듯이 그린IT를 침체한 IT산업계의 새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
◆토막상식-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과 기후 변화는 우리 산업계에 부담을 주지만 위기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첨단IT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은 이제 단순히 비용을 낮추는 수준의 파급효과를 넘어 부가적인 경제적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유망 산업을 키워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은 가장 대표적이고 전통적인 환경 관련 사업 모델입니다. ESCO는 제3자의 에너지절약 시설에 먼저 투자한 뒤 이 투자시설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절감액으로 투자비와 이윤을 회수하는 기업으로 지난 1991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이래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에 힘입어 ESCO사업의 시장 규모는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2000억원대 이상의 시장을 형성했습니다. ESCO는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한 지식서비스산업, 신성장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일반 기업이 ESCO를 활용하면 별도의 시설투자 없이, 에너지절약 시설을 구비할 수 있어 윈윈이 가능합니다.
◆인터뷰-남중수 KT 사장
“KT는 IT기업으로서 보유한 첨단네트워크와 센서기술을 이용한 환경기술의 개발 등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그린IT의 틀을 다져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지속가능경영 대통령상을 수상한 남중수 KT 사장은 환경 경영을 기반으로 그린IT를 강조했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지난 5년간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이름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해왔다. 지속가능경영의 한 부분으로 환경 경영을 내세우고 전사적으로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에 앞장서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활동에 적극 동참하면서 사내에 에너지가치창출위원회도 구성했습니다.”
남 사장은 전사적으로 에너지 절약과 관계된 실적에 대해 정기적인 실적 점검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5년부터 산자부가 주관하는 ‘자발적 협약(Voluntary Agreement)제도’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발적 협약이란 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급·소비하는 기업과 정부가 상호 신뢰를 기초로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약이다.
“모뎀의 구매에서 폐기처리까지를 전산 관리하는 것은 물론 회수 모뎀을 재활용하는 것도 확대했습니다.”
남 사장은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한 그린IT를 설명했다. 휴대폰 분실고객에게 임대 서비스를 제공해 중고휴대폰 재사용을 증가시키는 것도 자원 재활용의 한 예로 소개했다.
“신·증축 및 리모델링 건물에 대해 에너지 성능의 최적화 설계를 기본으로 합니다. 건물관리 자동제어시스템(BAS)을 이용한 건물에너지관리 및 빙축열시스템 등 에너지절약기술을 도입한 건물을 건축하고 있습니다.”
남 사장은 조명기구와 냉난방장비 등 저효율 고 비용형 에너지 기자재에 대한 지속적인 고 효율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대형 통신건물의 외기냉방과 버려지는 열을 회수한 폐열회수시스템 등의 국내외 선진 에너지절약 기술의 조기 도입하려는 계획도 설명했다.
그는 “KT는 민영화 이후 공공성을 중시하는 공익적 기업에서 외부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사회적 책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런 철학을 기반으로 그린IT를 실천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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