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강국이라는 ‘명성’에 흠집이 생기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수출을 위한 기본 인프라 격인 인터넷망의 병목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일본에 비해 대역폭 보유 수준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결국 이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발목을 붙잡는 형국이다.
◇인터넷 인프라 ‘누수’ 심각=불과 몇 년 전까지 가장 큰 자랑거리였던 인터넷 인프라가 곳곳에서 누수 현상이 생기면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일본·미국에 비해 인터넷 인프라가 뒤처지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 왔다. 국내 인터넷 인프라도 점차 경쟁력을 잃어 가지만 흔히 국가망으로 불리는 해외 인터넷망 수준은 열악하기 짝이 없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글로벌 환경과 비교했을 때 가격 체계도 불합리해 대대적인 점검이 시급하다. 실제로 본보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국제 회선 가격은 이들 나라와 비교해 4∼5배나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
◇서비스 해외 진출 ‘차질’=낙후한 인프라와 가격 체계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다. 이들 업체는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사업 방향을 선회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는 크게 뒤떨어져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뾰족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비싼 비용을 투자해 해외로 서버 기지를 옮기는 업체까지 나온 상황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칫 우리나라가 글로벌 무대에서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 네티즌이 국내 웹사이트에 접속하려면 해외 인터넷망을 이용해야 하는데 네트워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안은 없나=상황은 썩 좋지 않다. 한마디로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는 나름대로의 고충을 호소하고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이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결국은 해저 광 케이블망의 문제인데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 정부 지원이 없으면 쉽게 투자에 나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가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해당 업체도 비용 문제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어려움만 가중되고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앞서간다고 하지만 정작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서비스는 하나도 없다”며 “단시간 내에 압축 성장한 인터넷 서비스 분야가 우리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병준·정진욱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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