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업체가 낙후된 인터넷 인프라로 해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콘텐츠는 탄탄해 해외를 겨냥한 서비스는 크게 늘지만 정작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해외로 실어 나르거나 해외에서 접속할 수 있는 대역폭(용량)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회선 사용요금마저도 미국·일본과 같은 경쟁국과 비교해 턱없이 비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단 관련기사 참조
이에 따라 인건비·서버 유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아예 해외로 서버를 옮기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인터넷 회선 임대 가격은 미국,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국내 사업자는 회선 임대 규모 등을 고려해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지만 대략 1기가바이트(Gb) 당 6000만∼7000만원 수준이다. 반면에 미국은 1메가바이트(MB)당 15∼20달러 수준. 이를 원화로 계산하면 1Gb당 1400만원에서 1900만원 선이다. 일본은 1Gb당 724만엔으로 ‘최소 사용 보장량’을 감안하더라도 최대 1900만원이면 충분하다. 국내에 서버를 둔 업체 입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평균 4배 정도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다.
KT 측은 “정확한 가격은 업체와 비공개 계약 내용으로 밝힐 수 없지만 Gb당 6000만원가량”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 회선은 이미 공급 과잉으로 추가 투자는 힘들다”며 “가격과 관련해서는 정부에서 정한 약관대로 가격을 매기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부족한 회선 대역폭도 국내 업체가 해외로 나가는 데 걸림돌이다. 현재 해외 인터넷 망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크게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선 사업자가 해외와 연결하는 국제 회선망은 48.6Gb다. 2000년 이후 조금씩 늘고 있지만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NTT 한 회사가 가진 국제 인터넷 망 용량만 100Gb에 달한다. 우리 나라 전체 회선 규모가 일본 통신 사업자가 가진 회선 규모의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가격도 비싸고 서비스도 원활하지 못하면서 해외 사업을 위해 아예 서버를 다른 나라에 두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국내 1위 UCC 플랫폼 사업자인 판도라TV는 지난해 중반 부족한 대역폭을 이유로 일본으로 서버를 옮겼다. 판도라TV 측은 “좁은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이 인터넷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표인데 낙후한 인터넷 망 인프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많다”며 “판도라TV도 국내에 서버를 두지 못해 아쉽지만 글로벌 서비스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본 NTT 쪽을 택하는 게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송관호 숭실대 교수(IT대학 미디어학부)는 “해외 진출을 위한 서비스 인프라가 부족한 게 사실” 이라며 “정부에서 KT 등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병준·정진욱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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