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기업간 CIO `희비교차`

 굴뚝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범 현대가의 경우 CIO 출신들이 최근 속속 승진하는 가 하면 LG의 경우 CIO 직책이 부장급으로 낮춰지는 등 대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CIO인 팽정국 사장은 글로벌 ERP 구축 성공, 차세대 자재명세서(BOM) 효율적인 구축 등 현대 자동차의 IT 인프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에 따라 지난해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국내 제조기업 가운데 CIO가 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팽정국 사장은 지난해 한국CIO포럼이 주최하는 ‘올해의 CIO’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9월 국내 대형 제조업체 중심으로 최초 설립된 PLM(제품수명주기관리) 컨소시엄의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남정곤 하이닉스의 CIO는 최근 전무로 승진했다. 남정곤 전무는 ‘하이닉스글로벌관리시스템(HiGMS)’이라는 SCM 기반의 정보시스템을 구축, 한국·미국·중국 등 8개 전세계 생산법인 및 판매법인·지점 등의 생산량과 가동률, 재고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 분석할 수 있도록 진두지휘했다. 특히 하이닉스가 적자로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던 2000년대 초반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투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보화를 추진, 오늘의 하이닉스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팽사장과 남전무는 바로 CEO에 직보한다. CIO를 실질적인 C레벨로 인정한 셈이다.

 반면 LG그룹에서는 LG전자의 경우 김태극 상무가 CIO 역할을 수행하면서 전체적인 인프라 구축 분야를 총괄하되 ERP나 SCM 등의 경영솔루션은 담당 현업 부서가 주도하는 형태다. LG화학과 LG필립스LCD의 경우 CIO 역할을 수석 부장급에서 담당한다. LG화학은 지난해까지 CIO 역할을 수행했던 장재호 상무를 LGCNS로 전배하면서 사실상 CIO 직책을 수석 부장 급으로 낮췄다. LG필립스LCD도 회사 설립 이후 담당(부장과 상무 중간)이 맡고 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LG그룹에서는 공식적으로 CIO란 직책은 없다”라며 “직책보다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그룹사의 경우 LGCNS가 계열사 정보화 구축에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면서 실무급 CIO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범 현대가는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어지면서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 수행하는 CIO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연 매출 10조원이 넘는 대형 제조기업이 CIO역할을 단순히 인프라 구축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앞으로 IT와 경영기법이 컨버전스되는 상황에서 경쟁사에 경영기법에서도 뒤쳐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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