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 네티즌 `언어교류의 장` 자리

  ‘30명이 11만개의 지식사전 항목을 만들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언어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볼라퓌크어판·에스페란토어판처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쓰기 위해 만든 세계어, 고어인 라틴어판·히브리어판 위키백과 등이 그 예다. 북한의 문화어, 조선족들의 고려어를 지키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말살이’를 하고 있는 국민들의 소통을 돕고 있는 것.

◇ 다양한 언어의 시험무대= 볼라퓌크어는 1880년에 독일인 목사 슐라이어가 세계적인 제2언어로 쓰기 위해 만들었다. 전세계적으로 볼라피크어를 쓰고 있는 사람은 30여명. 하지만 이들이 볼라퓌크어를 지키기 위해 위키피디아 볼라퓌크판에 11만여개의 사전항목을 올리고 있다.

1887년에 만들어진 세계어, 에스페란토어판 위키백과에는 9만여개의 콘텐츠가 등재돼 있다. 학술적 용도로만 활용되는 라틴어판에도 1만6000여개의 항목이 있다. 한국어판 위키피디아 뷰로크랫(최고관리자) 정경훈(22)씨는 “언어는 쓰지 않는 순간 사라진다”며 “위키피디아 사용자들이 실험적 언어를 활용한 콘텐츠를 적극 올려 다양한 언의의 존재기반을 닦고 있다”고 말했다.

◇소수민족 언어에 대한 관심 높여 = 위키백과는 소수 민족 언어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최근 사전항목 5만여개를 넘긴 한국어판 위키피디아측에서도 모국어에 대한 정체성을 두고 사용자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남한에는 표준어, 북한에는 문화어, 조선족들은 고려어를 각자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서울말에 기반한 표준어를 위키백과 한국판의 중심으로 삼는 것이 옳으냐는 논쟁이다. 위키 관리자 정안영민(28)씨는 “최근 한국어판 위키백과에 조선족들의 늘고 있다”며 “똑같은 한글을 전혀 다른 의미로 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한글정보화 작업 ‘21세기 세종계획21’을 주도한 건국대학교 박세영 교수는 “북한어, 고려어에 지금처럼 무관심하다면 몇 년 후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위키피디아는 한민족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위키백과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정진욱기자@전자신문, c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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