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자동차 도로에서 전기차가 달리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친환경 차량을 보급한다면서 정작 전기차를 팔지도 못하는 법 체계를 왜 안바꾸는지.” 정초부터 걸려온 한 전기차 제조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석유 대신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출퇴근 용도의 세컨드카로 인기를 끌 법도 한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도로교통법에는 전기자동차에 관한 언급이 아예 없다. 국내 법 체계에서 자동차란 cc 단위로 등급이 구분되는 내연기관 차량뿐이다. 가령 전기자동차를 상용화하려 해도 중형차인지 경차인지 구분이 애매하다. 자동차세금과 보험문제도 전혀 기준이 없다. 안전규격도 대기업이 수천억원씩 투입해 개발한 승용차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설계특성이 다른 전기차량이 동일한 규격을 통과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동안 정부의 무관심 속에 많은 자동차기업이 상용화의 벽을 못 넘고 좌초했다. 전기차업계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칼자루를 쥔 건교부는 지난 5년간 전기자동차의 안정성 문제를 이유로 제도개선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요즘 국산 전기자동차는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가솔린 차량에 근접하는 주행성능을 확보했다. 전기스쿠터는 오히려 일반 스쿠터보다 힘이 좋다는 소비자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국산전기차량은 아직 번호판도 못 단 채 자동차 도로가 아닌 동네 어귀, 유원지에서 오락거리에 머문다. 우리나라가 미적거리는 동안 미국·일본 등은 전기차 보급에서 멀찌감치 앞서간다. 미국 GM은 오는 2010년까지 전기차를 상용화한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국내 친환경 자동차 보급사업은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대기업 중심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만 집중되고 있다.
신차개발을 마친 전동차 업체의 새해맞이 소원은 딱 한 가지다. 미국·일본처럼 전기차가 자동차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법적 제약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새해에는 이 땅에도 전기차를 허하라.”
배일한기자<디지털산업부>@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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