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2008 핫 이슈](3)통신방송기구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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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방송 행정기구  

“방향이요? 통합해야죠. 정답이요? 없죠.”

 정부 고위 관계자의 자조적인 자문자답만큼이나 해묵은 통신·방송 행정기구 통합 논의만 10년째다. 얽히고설킨 기구통합 실타래를 방치하기에는 인터넷(IP)TV와 같은 통신·방송 융합형 서비스가 너무 멀찍이 달려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법·규제(기구통합)로 IPTV에 족쇄를 채울 수는 없는 상태다. 이명박 정부가 풀어낼 행정기구 개편작업의 첫 매듭이자 가장 뜨거운 쟁점이 통신·방송 행정기구 통합인 이유다.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는 통신·방송 관련 진흥과 규제 기능을 분리해 각각 부처와 위원회(정통부+방송위원회)가 분담하는 기구통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가장 공식화한 논의로서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윤곽이 잡혔다. 물론 이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가 실용적 대안을 찾게 될 것이다.

 국회에서는 우선 위원회가 규제 정책 및 집행 기능을 맡고 독임제 행정부처가 진흥 관련 정책 및 집행을 하는 방안에 시선이 모였다. 규제와 진흥 기구를 명확하게 나누자는 것.

 또 하나의 유력 방안은 위원회가 규제 집행 기능만 하고 독임제 행정부처가 진흥 정책·집행과 규제 정책까지 수립하자는 주장이다. 상대적으로 규제보다 시장·산업 자율성 보장에 무게 추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이와 달리 △위원회에 규제 정책·집행 기능뿐만 아니라 일부 (방송)진흥 정책·집행까지 맡기거나 △위원회에 규제 집행과 일부 진흥 정책·집행기능까지 맡기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일부 유관 기관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점에서 공통 대안으로 등장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규제를 맡기고 별도 독임제 행정기구에 IT 진흥 정책을 맡기려면 두 기관 간 정책 갈등과 중복 규제를 막기 위한 명확한 관계설정이 필요할 것이다.”

 통신·방송 진흥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정부 관계자의 분석이다. 또 “헌법과 정부조직법상 법령 제·개정권은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고유 권한인 반면에 위원회 위원장에는 법령 제·개정권한이 없어 규제 정책을 집행하는 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위원회 조직의 한계를 역설했다.

 그는 특히 “위원회와 부처가 각각 법령 제·개정권을 행사한다면 통신·방송 기구통합 근본취지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두 기관 간 정책적 갈등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그러나 “행정편의적 발상에 따라 독임제 행정기구에 규제 정책기능까지 과도하게 맡기면 방송 독립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윤리심의에도 입김이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용자 피해를 막고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위원회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 정통부와 방송위 조직 통합에 따른 두 기관 직원 신분 변화문제가 당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장차 통신·방송 분야 공정경쟁규제와 일반 규제기관(공정경쟁위원회)과 규제 충돌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규제·심의&진흥 분리

 통신·방송 기구통합 논의는 통합 기구가 수행할 기능 문제에 부딪힌다.

 기구의 진흥·규제, 정책·집행 기능을 어떻게 분배하는지가 핵심이다. 지난해 1월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는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일대일로 결합하는 대통령 직속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방안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는 지난해 9월 ‘독임제 부처(진흥(정책·집행)+규제(정책))와 합의제 위원회(규제 집행)’를 병행 설치해 진흥과 규제를 각각 수행하는 이원적 형태의 구조개편 방안으로 논의를 좁혀 놓은 상황이다.

 이 외에 △진흥(정책·집행)부처, 규제(정책·집행)위원회 △진흥(정책·집행)부처, 규제(정책·집행)+일부 진흥(정책·집행)위원회 △진흥(정책·집행)+규제(정책)부처, 규제(집행)+일부 진흥(정책·집행)위원회 등이 대두되고 있다.

 기구 기능조정 문제는 산업진흥, 방송의 독립성 등의 쟁점과 맞물려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독임제 부처는 정책조정에 충실하게 되며 신속한 결정을 특징으로 한다. 유기적인 정책 추진으로 IT산업 진흥에 유리하다는 것. 반면에 합의제 위원회는 독립성·공정성·투명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방송위원회 직원 신분

 방송위 직원의 신분 문제는 통·방 융합기구의 ‘아킬레스건’이다. 정통부와 방송위가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된다고 할 때 하나의 조직 안에서 구성원이 같은 처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때 기존 방송위 직원의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송위 노조는 “방송통신 통합위원회의 직무는 고도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분야”라면서 “새로 출범하는 위원회에서는 기존 방송위·정통부 직원 모두 일반직이 아닌 특정직 공무원 신분으로 새롭게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반직 공무원으로 신분이 전환되면 직무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특정직 공무원화를 주장하는 이유다. 특정직 공무원이란 소방관·국정원 직원과 같이 해당 기관의 수장이 직원의 인사채용 전권을 행사하는 전문 분야 공무원을 의미한다.

 통·방 융합기구 논의에 오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 문제는 지난 1월 발의된 기구통합법안에서 방송위 사무처 직원의 희망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공무원이나 ‘방송정보통신심의위원회’ 직원으로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것으로 정리된 상태다.

◇공정경쟁

 공정경쟁과 관련해 새로 출범할 통·방 융합기구와 타기관과의 관계 정립도 주요 이슈다.

 융합 환경하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경쟁의 일반기준을 방송 통신 분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통신 산업은 막대한 비용의 장비 구축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점을 고려해 경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 산업 역시 국민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시장의 공정경쟁 기준보다 공익성·공공성을 강조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정통부와 방송위는 이런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특수한 형태의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공정위는 통방 융합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직적 결합에 의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는 (정통부나 방송위, 또는 통합기구가)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게 아니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사후에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정위와 융합기구 간 이런 기능 조정문제는 현재도 통신기업 간 인수합병(M&A)문제 및 IPTV의 시장 진입 등의 문제에서도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 심의 독립

 통·방 융합기구와 별도로 융합서비스 콘텐츠 심의 기구는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조직이 콘텐츠를 독립적으로 심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정부 부처에서는 융합 기구 출범 후 콘텐츠 심의는 ’방송정보통신심의위원회’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융합기구와 별도로 내용심의를 담당하는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직 형태가 출범하면 여기엔 오히려 방송콘텐츠의 공공성·공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또 여기엔 콘텐츠 심의가 일원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논쟁을 더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 콘텐츠는 △방송법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음란물 비디오물 및게임물에관한법률 △청소년보호법 등 여러 법안과 다양한 기관에 의해 정부주도형 규제를 받고 있다. 학계·산업계 등에서 디지털 콘텐츠 규제의 중복, 규제기관의 충돌을 지적하고 나선 배경이 여기에 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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