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2008 핫이슈](2)통신산업 구조조정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올해 추진되는 주요 통신 및 통방융합 관련 법

 2008년 통신 시장에 구조조정의 깃발이 올랐다.

 지난 1997년 신규 통신사업자 21개가 선정된 이후 10년간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이나 청산이 있었지만 지금의 그것은 과거와 다르다. 시장은 새로운 형태의 산업으로 옮겨가는 길목에 있다. 구조조정은 ‘융합’이라는 트렌드를 수용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정부의 최종 인가를 앞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바로 그 움직임의 신호탄이다.

 ◇하나로텔레콤 뇌관을 건드리다=‘많은 논란 끝에 선정된 제2 시내전화 사업자’ ‘초고속 인터넷으로 주력 분야 변경’ ‘외국자본의 대주주 등극과 SK텔레콤의 인수’.

 출발부터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온 하나로텔레콤이 결국 ‘21세기 통신 코리아’를 흔들었다.

 지난 2003년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이 하나로텔레콤 대주주가 될 당시 일찌감치 세간의 이목은 ‘언제, 누구한테 (다시) 팔릴 것인가’에 맞춰졌다. 하나로텔레콤은 잊을만 하면 국내 통신진영과 매각 협상을 한다는 등의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외자의 ‘장기투자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5년째 되는 지난해 말,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대주주 지분 인수는 현실화됐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로 통신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정부 정책이라는 인위적인 통신 3강 체제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무한 경쟁에 놓여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냉혹한 생존 경쟁에 들어서다=유무선 시장에서 각각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2위 사업자인 KTF(무선)와 하나로텔레콤(유선)을 나눠 가진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KT 진영은 그나마 이 구도를 ‘차악(次惡)’으로 받아들인다. LG가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유선 분야와 통·방융합 시장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돼 무선은 SK와, 유선은 LG와 동시에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심은 KT와 SK텔레콤의 대결이지만 정면 대결이 당장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 사이 LG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양강 구도로 고착화할 것이냐 진정한 3강으로 정립할 것이냐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LG가 여전히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통신 역무 구분이 사라지고 융합 역무가 뜬다=시장 구도의 변화는 고유한 역무 중심의 통신 시장 대신 방송 및 콘텐츠·인터넷 등과 통신을 합친 화학적 변화를 전제로 한다. 2강 1중이든 3강이든 구체화하는 융합 시장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사실상 승자의 지위를 보장한다. 통방 및 인터넷 등과 융합은 시장의 플레이어가 지상파 및 케이블TV방송·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패러다임에서 강자의 지위를 갖춘 대형 포털로 확대됨을 의미한다. 이들 간 합종연횡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계기로 시작된 국내 통신시장 구조개편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 KT·SK·LG 세 진영의 내부 구조조정 주목

 산업 측면의 통신 시장 구조조정은 각 진영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통신 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유무선 및 통·방융합이라는 점에서 진영마다 융합 서비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프라 정비가 중요한 숙제로 부각됐다. KT·SK·LG 3개 통신 진영 모두 올해 본격적인 조직 정비 및 업무 조정을 활발하게 추진할 전망이다.

 ◇KT그룹 출범 머지않았다=지주회사 전환이냐 합병이냐. 지배구조 개선을 향한 KT의 행보가 시작됐다. 민영화 3기를 시작하는 KT는 최소한 3기가 끝나는 2010년까지 그룹 내부의 의사결정을 더욱 강력하게 집행할 수 있는 지배구조로 변신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0년간의 민영화의 틀을 벗고 민간기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조직으로 다시 변신을 하겠다는 뜻이다. 민영화 4기를 시작하는 시점에 KT가 ‘민영화 4기’라는 문패 대신 ‘KT그룹’ 출범을 알리고 싶다는 의지기도 하다. KT는 이를 위해 그룹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전담팀을 발족했다. 핵심 자회사인 KTF와도 공식·비공식 관계를 통해 보다 밀접한 조직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합병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는만큼 올해 KT 진영 내 주요 사업은 이런 기조를 전제로 한 ‘공조’가 더욱 강화되는 형태가 될 것이다.

 ◇SK 통신그룹도 재정비될 시기=SK 통신 사업은 비교적 SK텔레콤을 중심으로 교통정리가 잘돼 있다. 그러나 이는 지분구조 상이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계기로 사업적·조직적 측면의 정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부에선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두고 SK텔레콤과 합병을 점쳤으나 조건상 양사의 합병은 쉽게 일어날 수 없다. 오히려 업무적으로 중복되는 SK텔링크와 하나로텔레콤 간의 조직 정비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어떤 형태로든 양사의 구조조정이 우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나 커머스 등 인터넷 관련사업도 큰 그림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윤곽은 1분기, 늦어도 상반기 안에 드러날 전망이다.

 ◇LG데이콤·LG파워콤 합병 이슈 가시권으로=LG그룹 역시 유무선 이전에 유선 간 구조조정이 우선이다. 올해 상장을 추진하는 LG파워콤과 LG데이콤의 합병은 향후 1∼2년 내에 현실화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양사는 LG데이콤이 기술 및 플랫폼을 제공하고 LG파워콤이 영업 및 마케팅을 제공하는 형태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올해는 이 역할 분담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언제라도 두 회사를 합병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됐다.

 

◆ 정책 방향은 어떻게

 통신산업의 구조조정은 규제산업이라는 특성상 정책적 뒷받침 없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법제도 정비 방향이나 속도가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초 정통부가 밝힌 ‘통신규제 정책 로드맵’의 주요 사안은 올해 시행령 및 고시 마련 등으로 실제로 시장에 본격 적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로드맵은 규제완화 및 새로운 통신 시장 변화에 맞는 방향으로 내용을 정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지난 2006년부터 추진돼온 결과물이다. 이제 법과 시장은 상호작용을 하면서 실질적인 산업 변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결합상품 법제화 등 일부 법은 만들어졌지만 나머지 다수의 주요 법적 조치들이 올해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근 3년 만에 구체적인 결실을 보게 됐다.

 올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사안은 재판매 의무화에 따른 시행령 및 고시 제정, IPTV 특별법에 대한 시행령과 고시 제정, 이동전화 시장의 큰 흐름을 바꿀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관련 정책 등이다.

 향후 규제의 무게중심을 소매 위주에서 도매 시장으로 옮기겠다는 정부 정책도 주목해야 한다. 또 근원적으로는 유무선 등 세세하게 구분됐던 통신 역무도 큰 틀로 정비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더욱이 주파수 할당 기준도 완화된 상황에 새로운 기업의 통신 서비스 진출도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수 있다. 더 멀리 보면 현재 할당 대가 형태로 배분하던 주파수 정책이 경매제 형태로 변할 수도 있다.

 이처럼 10년 전 21개 신규 통신사업자를 선정, 본격적인 통신 시장 형성에 맞춰 진행되온 정부의 규제는 다시 재편되는 시장에 맞춰 크게 변하고 있다. 통신·방송 융합을 통한 u미디어 시장의 형성에 따른 법제도의 변화 역시 여전히 진행형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