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자회사인 엠플온라인을 청산하고 마침내 인터넷 오픈마켓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는 대기업이 인터넷 상거래 시장에 진출했다 완전히 손을 떼는 첫 사례이자,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한 오픈마켓 시장이 향후 대대적인 구조개편에 휘말리는 신호탄으로 보여 그 여파가 주목된다.
엠플온라인(대표 신일곤)은 27일 이사회를 열어 회사 청산절차를 밟기로 결정하고 28일 임시주총에서 특별결의를 통해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엠플은 지난 2006년 3월 설립된 뒤 불과 2년도 채 안돼 문을 닫게 됐다. 엠플은 사업 개시연도인 지난해 거래액 1000억원으로 출발한 뒤 올 들어서는 1900억원 규모로 늘리기는 했으나, 적자구조도 덩달아 심화됐다.
지난해의 경우 34억원의 매출에 20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 3분기까지 매출액 78억원에 당기순손실은 135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자생력 확보를 위해 모회사인 CJ홈쇼핑이 200억원의 증자를 단행하기도 했으나 심각한 영업손실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총 400억원의 자본금 가운데 현재 20억원 가량만 남아있을뿐 나머지는 자본잠식 상태다.
CJ홈쇼핑은 인터넷 오픈마켓 사업에서는 완전 철수하기로 하고 엠플온라인의 현 신일곤 대표를 비롯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 사업과 인력 모두 모회사로 흡수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현재 사업부 체제로 유지되는 ‘CJ몰’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CJ홈쇼핑 측은 “당장 적자구조를 극복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지만, 인터넷 오픈마켓 시장 자체가 이미 레드오션으로 진입했다는 판단이 결정적인 이유”라며 “모회사의 이익구조가 크게 개선돼 주주들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엠플온라인이 본격적인 청산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초 사이트(www.mple.com)도 폐쇄할 예정이며, 내년 3월까지 입점 판매자들과 거래대금 정산 등을 마친 뒤 모든 정리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30대 그룹 소속인 CJ홈쇼핑이 ‘자존심’마저 버리면서 자회사 청산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감수한 것은 급변하는 인터넷 시장에서는 더이상 대기업의 ‘대마불사’가 통하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인터넷 오픈마켓 시장에서 G마켓·옥션의 양강구도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다음달 SK텔레콤이 새롭게 가세하고, G마켓이 지분 매각을 통해 새 주인을 찾게 될 경우 내년 시장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혈전이 전개되면서 빠르게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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