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승강기시장이 지난 2004년 3만1800대로 최고 기록을 세운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올해 처음 반등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승강기 사업의 수익구조는 더 악화됐다.
26일 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설치된 승강기 댓수는 2만4600대로 지난해 설치댓수 총 2만4800대를 거의 달성했다. 올들어 월평균 2200대씩 늘어나는 추세로 봐서 연말까지 총 2만7000대, 전년대비 9% 설치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경기가 부진한데도 승강기 설치댓수가 늘어난 배경은 지난 9월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각종 공사일정들이 한꺼번에 앞당겨진 탓이 크다.
내수물량은 다소 늘었지만 승강기업계의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 무리한 저가경쟁 때문에 올들어 승강기 설치단가가 전년보다 평균 10%도 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파트용 저속 승강기종의 경우 대당 설치가격이 원가수준에도 못미치는 3000만원 이하로 떨어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는 올들어 승강기시장의 가격파괴를 주도하면서 선두 오티스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 내수의 52%를 차지하는 아파트 발주물량을 절반 이상 쓸어가면서 경쟁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3위 티센크루프동양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7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적자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티스는 수익성 위주의 보수적 시장전략을 펼친 결과 매출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점유율 1위 자리는 현대측에 내어주고 말았다. 승강기사업의 전반적 수익성 악화는 현대엘리베이터에도 적잖은 부담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10% 가량 늘지만 승강기 사업 자체의 수익성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화내빈(外華內貧)으로 평가되는 올해 승강기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은 새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차기 정부의 건축경기 활성화 대책이 내년도 승강기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지만 업계 주변에서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티스의 김길수 부장은 “새해 승강기 시장도 일부 초고층 빌딩건설에 따른 특수를 빼면 딱히 기대할 것이 없다”면서 “승강기 설치댓수도 올해와 비슷한 2만7000대 내외에서 머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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