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이명박]부처개편 논의 방향(하)통신·방송·콘텐츠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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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방송위의 통합

  ‘통신방송 규제와 진흥, 묶을 것인가, 나눌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정부 조직 살빼기 방침과 함께 통신방송 학제·시장·산업간 융합이 본격화하면서 정부 IT 관련 규제와 진흥 체계(조직)도 갈림길에 섰다. 영국 오프콤(OFCOM)이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처럼 규제 전문기구를 따로 둬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일본 총무성이나 이스라엘 총리실처럼 강력한 독임제 행정기구를 통해 진흥에 무게 추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이다.

우선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하나로 묶은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한나라당 의지는 뚜렷하다. IPTV와 같은 대표적인 통신방송 융합서비스 시장·산업 진흥에 대한 의지도 명확하다. 이 같은 조직 개편 흐름을 타되 관련 시장·산업에 대한 규제와 진흥을 나눌 것인지, 묶을 것인지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방송통신, 정보화, 우정 관련 진흥정책을 맡는 행정기구(DBCDE: 광대역통신디지털경제부)를 만든 뒤 그 밑(소속기관)에 방송통신사업자 면허, 주파수 할당, 기술기준 및 내용 규제를 담당하는 위원회(ACMA)를 두는 호주의 조직 개편 형태가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서는 두 규제·진흥 기구 간 이견이 발생하면 진흥정책 책임자(장관)에게 최종 결정권을 준다”며 “규제와 진흥 정책이 원활한 협력·견제 관계를 형성하는 게 시장과 산업발전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정통부 측은 이와 함께 게임을 비롯한 문화콘텐츠 진흥기능까지 포괄하는 가칭 ‘정보미디어부’의 탄생을 바랐다. 특히 전통산업과 IT를 융합하는 새로운 ‘매듭’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 측은 이와 달리 지난 2003년 5개 통신·방송 관련 기관을 통폐합해 오프콤을 만들어 규제를 통합했으되 정책기구를 분리한 영국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즉 지난 6월 통상산업부(DTI)를 부총리급 비즈니스·기업·규제개혁부(BERR)로 바꿔 통신 정책은 물론이고 통상·투자·노동·우정·에너지·기업·소비자 업무 등을 책임지게 했으되 방송정책을 ‘문화미디어체육부(DCMS)’에 맡긴 게 효율적이라는 것. 궁극적으로 통신방송 규제를 하나의 기관으로 일원화하되 진흥정책은 관련 분야 대부처에 맡기자는 시각이다.

시장과 산업이 일취월장하며 통신위원회와 같은 전문 규제 기관이 필요해진 21세기, 일반 공정경쟁 규제 기관(공정거래위원회)과의 새로운 권한 획정 여부도 시급한 과제다. 법무부(DOJ)가 통신·방송 분야 경쟁법을 적용·수행하되 FCC와 충돌할 경우에는 FCC 결정에 우선권을 주는 미국에 가까운 획정이 이루어진다면 정통부와 방송위가 웃을 것이다. 하지만 통신시장 경쟁규제 권한을 두고 일반 규제 기관(연방카르텔청)과 전문 규제 기관(연방네트워크청)이 팽팽하게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독일 사례를 준용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반길 것이다.

사회 저변으로 깊숙이 침투한 IT를 기존 정통산업과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진흥 정책 체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일본은 통신방송 정책 수립으로부터 불공정 경쟁 규제, 사업자 면허 발급, 주파수 계획·할당 등 제반 IT·미디어·문화업무를 일원화하겠다는 것이다. 공정경쟁 규제 권한도 총무성과 공정취인위원회가 ‘전기통신사업 분야 경쟁촉진에 관한 지침’을 함께 만들었으되 집행을 총무성이 관할함으로써 통신시장 특수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규제 틀을 갖춘 상태다.

진흥에 무게 추를 기울인 일본 행정체계는 제1기 과학기술기본계획(1996∼2000년)과 제2기(2001∼2005)에 펼친 과감한 과학기술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삼아 지난해 시작한 제3기(2006∼2010) 계획을 통해 새로운 경제 동력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일본은 제3기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연구개발 성과를 국민에 되돌릴 계획이다.

영국이 선택한 규제·진흥 분리도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목표로 한다. 통신·방송 규제기구(오프콤)를 따로 뒀으되 부총리급 진흥기구(BERR)를 통해 추진력을 보완하는 것이다.

행정학계 한 관계자는 “황새걸음을 걷는 IT·미디어·과학기술 융합 시장에 부합할 큰 걸음(부처 통합)이 필요하다”며 “과학기술·산업자원·문화산업·정보통신을 하나로 묶을 만한 가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일본처럼 강력한 ‘독임제 행정기관’을 만들어 진흥 정책은 물론이고 규제 권한까지 부여하는 것도 발빠른 21세기형 융합 시장과 산업에 대응할 방법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영국과 일본은...

 세계 주요 국가들은 나름대로 통신과 방송 행정기구의 통합을 통해 통방융합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가운데

영국의 오프콤과 일본 총무성은 나름의 장점을 가진 대표적인 통신·방송 행정기구 통합 사례다. 물론 단점도 있다. 따라서 21세기에 들어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한 융합현상을 보이는 통신·방송 시장과 산업에 걸맞은 행정기구 개편방향을 찾는 벤치마킹대상으로 손색이 없다. 관건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이다.

◇영국 오프콤= 통신·방송 관련 통합 ‘규제’ 기구 모범사례로 꼽힌다. 기술 및 시장변화를 빠르게 반영하면서도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최소 규제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육성하는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 이 같은 정책기조를 발판으로 3세대(G) 모바일 TV서비스, 하이브리드 IPTV서비스 등 통신방송융합 서비스가 활짝 피어났다.

영국은 지난 2003년 12월 통신규제청(OFTEL), 상업텔레비전위원회(ITC), 라디오위원회(RA), 독립텔레비전위원회(ITC), 소비자단체(BSC) 등 통신방송 관련 5개 기관을 통합해 오프콤을 설립했다. 오프콤은 조직 및 예산 등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며 ‘통신·방송사업자 허가’ ‘방송주파수 할당’ ‘독과점 및 불공정경쟁 규제’ 등을 포함한 규제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오프콤 규제의 특징은 △지상파 민영방송 ITV의 독점 소유금지 철폐 △1개 이상 전국라디오 민방소유 금지 철폐 △이종매체 간 교차 소유금지 철폐 △신규 융합서비스에 대한 최소 규제 적용 등 일관된 ‘최소한의 규제원칙(Light Touch Regulation)’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것.

오프콤은 통신방송 융합에 대해 콘텐츠를 전송하는 모든 네트워크를 ‘전자통신망’이라는 단일 개념으로 정의, 콘텐츠와 네트워크 규제를 분리했다. 네트워크 규제는 오프콤이, 콘텐츠는 관련 민간기구에서 자율 심의를 함으로써 다양한 콘텐츠가 시장에 나올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특히 방송분야의 경우 미디어 정보기술 관련 산업진흥을 위해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도 영국 규제의 특징이다.

브리티시텔레콤은 이 같은 정부 통신·방송 조직 개편과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하이브리드형 IPTV 서비스인 ‘BT비전‘을 시작했다. 또 TV방송사 C4가 주문형(온디맨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세계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일본 총무성= 통신·방송 등 IT 분야 전반에 걸친 진흥과 규제를 모두 담당하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일본 미래 IT 산업의 밑그림을 그린다.

총무성이 독임제 정부 부처로서 통신·방송 정책 수립은 물론이고 △불공정경쟁 규제 △사업자 면허 발급 △주파수계획 수립·할당 등 규제와 진흥 업무를 모두 담당한다. 지난 2001년 정부기구 개편 당시 자치성·우정성·총무청 등을 합해 탄생했다. 통신·우정 분야뿐만 아니라 중앙·지방 정부 조직의 관리·선거·국가기반시설 등에 관한 업무를 총괄한다.

총무성은 조직 개편 이후 통신·방송사업자 간 제휴와 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의 방송 진출, 케이블TV의 전화서비스 제공 등 급격한 통신·방송 융합을 경험하며 관련 법안을 정비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 특히 IT 산업이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회생시킬 핵심동력으로 판단, 통신·방송 영역의 시장경쟁을 강화하고 보편적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한 규제 완화 조치들을 단행했다.

총무성은 인프라에 대한 규제를 유지하면서 IPTV나 유무선통합(FMC) 등 새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완화시켜 다양한 사업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인프라 투자가 서비스 활성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됐다는 평가다.

또 ‘세계 최첨단 IT 국가 실현’을 목표로 추진한 ‘e재팬’ 전략을 계승한 ‘u재팬’ 전략을 통해 2010년까지 일본에 유비쿼터스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산·학·관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네트워크형 운전 지원이나 폐기물 추적 등을 구현하는 유비쿼터스 콤퓨팅 네트워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월 총무성의 통신·방송 관련 업무, 경제산업성의 IT산업 진흥 업무, 문부과학성의 콘텐츠 저작권 관련 업무, 내각부의 IT전략 및 지적재산권 업무 등을 통합해 ‘정보통신성’을 창설한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이는 곧 통신·방송 융합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기술을 혁신해 경제성장을 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세희·황지혜기자@전자신문, hahn·gotit@

 

◆해외 통신방송 규제 및 정책 기관 현황

-나라 / 형태 / 특징

1. 미국 / 정책·규제 통합(FCC) / 독립위원회로서 통신방송에 관한 준입법·사법적 권한 보유

2. 영국 / 정책=분리, 규제=통합 / 비즈니스기업규제개혁부=통신진흥, 문화미디어체육부=방송진흥, 오프콤=통신방송규제

3. 호주 / 정책·규제 통합 / 독임제 행정기구(DBCDE) 소속기관으로 규제위원회(ACMA)를 둠. 기관 간 이견 발생하면 독임제 행정기구장이 최종 결정.

4. 프랑스 / 정책·규제 각각 분리 / 통신방송 진흥=경제재정산업부와 문화통신부 중복 소관. 통신방송 규제=통신규제청과 시청각최고평의회가 각각 소관.

5. 일본 / 정책·규제 통합 / 총무성으로 통합. 향후 콘텐츠·저작권까지 포괄할 ‘정보통신성’ 창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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