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 M&A 활성화하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국의 M&A 거래 현황

 신용 경색 위기에도 불구하고 2007년 전 세계의 기업 인수합병(M&A)은 4조350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총 400억달러의 크고 작은 M&A가 일어났다. 하나로텔레콤이 총 1조2000억원에 SK텔레콤에 M&A되는 단계에 있고, 지난달에는 하이마트가 유진그룹에 약 2조원에 팔렸다.

 M&A는 ‘Mergers and Acquisitions’의 약자로 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의미한다. 기업이 자신의 존속을 위해 끊임없이 내부 자원을 이용해 성장을 모색하다가 그것이 순조롭지 못하거나 어려움을 느끼게 되면 외부 경영 자원들을 활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외부 경영 자원 활용의 한 방법이 바로 M&A다.

 M&A의 뜻을 살펴보면 기업 인수는 대상 기업의 자산이나 주식을 취득해 경영권을 획득하는 것을 말하며, 기업 합병은 두 개 이상의 기업이 결합해 법률적으로 하나의 기업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합병은 독립적인 두 기업이 하나의 기업으로 합해지는 경우며, 인수는 어떤 기업이 다른 기업을 매입하는 때다. 합병과 인수는 형태가 다르지만 과거의 경영진이 새로운 경영진으로 교체된다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M&A 종류=M&A를 시장구조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수평적 M&A’와 ‘수직적 M&A’로 나뉜다.

 상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는 원재료부터 시작해 제조·유통 그리고 판매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다단계 구조에서 어느 한 단계에 속하는 기업이 역시 같은 단계(수평적 관계)에 속하는 다른 기업을 M&A 하는 것을 수평적 M&A 라고 한다.

 수평적 M&A는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을 인수해 주로 시장지배력 혹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M&A는 소비자에게는 독과점 시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엄격한 심사에 의해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수평적 M&A와 달리 같은 업종의 산업에 속하지만 다른 단계에 속하는 기업(수직적 관계)을 M&A하는 것을 수직적 M&A라고 한다.

 국내 기업이 원재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목적으로 원재료가 풍부한 해외에서 기업을 신설하거나 현지기업을 인수하는 경우에서도 나타난다. 수직적 M&A는 직접적인 시장점유율의 확대라는 효과는 없으나 원재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통한 간접적인 시장 지배력의 확대 내지는 경영 전략상의 안정성을 목적으로 많이 행해진다.

 ◇국내 M&A는 ‘서바이벌 게임’=국내 시장의 M&A는 외환위기 사태 이후 두드러지게 활발해졌다. 가히 ‘서바이벌 게임’ 수준으로 쉴새없이 M&A가 발생했는데 여기에는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구실이 있었다. 부실기업과 한계 기업들이 새로운 주인들을 맞으며 경쟁력을 제고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두산이다. 오세욱 두산그룹 상무는 “미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원천기술이나 제품,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M&A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STX는 법정관리 기업을 인수해 재계에 화려하게 데뷔한 사례다. STX는 쌍용중공업을 사들여 대기업 진출의 발판을 놓은 뒤 대동조선을 인수한 뒤 범양상선 등을 차례로 인수해 지금은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랜드도 뉴코아백화점·까르푸 등을 인수해 재계 30위권으로 부상했다.

 이 밖에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KTF와 한솔PCS, 현대전자와 LG반도체, 인천제철과 강원산업, 현대차와 기아차 사이의 M&A 등이 외환 위기 이후의 굵직한 인수합병으로 꼽히고 있다.

 또 두루넷·미도파·금호타이어·현대석유화학·고려산업개발·한국종합에너지·진로 등도 M&A로 주인이 바뀌었다. 지금도 대한통운·하이닉스반도체·쌍용건설·대우조선해양 등의 매물이 M&A 시장에 나와 있는 상황이다.

 해외 기업들에 의한 국내 기업의 인수 합병은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 2003년부터 이뤄진 기업 M&A 374건 가운데 97%인 362건이 외국기업에 의해 주도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비메모리 부문, 하이마트, 대상그룹 라이신부문, 삼성중공업 굴착기 부문, 해태제과,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이 좋은 예다.

 그러나 제일은행·외환은행·극동건설처럼 단기간에 엄청난 차익을 남기는 이른바 ‘먹튀’ 문제도 불거졌다.

 경영권을 노린 적대적인 인수 합병 노력도 있었다. KT&G(칼 아이칸), 한미은행(칼라일) 등이 대표적이다. 포스코와 삼성전자 등과 같은 우량기업도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이 60%를 웃돌고 있어서 경영권을 노린 외국인의 적대적인 인수 합병을 규제하기 위한 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반면에 우리 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화L&C는 미국 친환경 고기능 복합소재 생산업체인 ‘아즈델’,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비메모리 반도체업체인 ‘트랜스칩’을 최근 인수했다. 효성도 중국·독일·미국의 섬유업체들을 잇따라 먹어치우고 있다.

 ◇이제는 활성화 대책 고민해야=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해외 M&A에 눈을 돌리고 있는 현상은 다소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은 해외 경쟁사를 상대적으로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기 때문이다.

 지난 1980·1990년대 엔화상승 시절 일본은 미국 기업을 상대로 과감한 M&A 공세를 폈다. 1989년 소니가 코카콜라에서 컬럼비아영화사를 사들인 게 좋은 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해외 M&A는 겨우 걸음마를 뗀 단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전 세계에서 이뤄진 해외 M&A는 8800억달러에 달했다. 여기서 한국의 비중은 0.1%밖에 안 된다. 유럽연합(EU·48.5%)·미국(19.5%)·일본(1.6%)은 물론 중국(1.7%)·인도(0.5%)보다도 낮다.

 전문가들은 “M&A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임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막연한 거부감이나 환상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M&A라는 카드를 다시 한 번 바라보기를 기업에 주문한다.

 M&A 컨설팅업체인 소시어스 이병국 사장은 “M&A는 숨어있는 진주를 찾는 작업”이라며 “M&A를 잘 활용하면 기업의 내재적 가치가 100% 상승한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움직임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중국이 천문학적 외환보유액을 앞세워 자원확보, 선진기술·브랜드 획득, 선진시장 진출 등을 목적으로 해외 M&A에 적극 나섰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한국은 남의 기업을 ‘먹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M&A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M&A를 더 활성화하려면 먼저 낡은 사고방식부터 버려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덩치와 첨단기술은 경쟁력의 원천이다. 덩치를 키우고 기술을 확보하려면 합치는 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인식만 바꾼다고 M&A가 절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기업의 전략을 뒷받침할 금융 인프라 구축이 선결 과제다. 거래를 성사시킬 막대한 규모의 자금 조달도 중요하다. 바로 투자은행, 사모펀드 육성이 시급한 이유다. 해외 M&A에 한해 금산분리의 벽에 막혀 있는 산업자본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