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가 공짜폰 범람으로 혼탁했던 2007년을 뒤로 하고 내년에는 기능과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단말기 출시 전략을 세웠다. 보조금 경쟁을 벗어나 서비스 경쟁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이지만 보조금 금지 규정 일몰과 재판매 규제 완화와 같은 변수 때문에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사상 유례 없는 공짜폰 범람=지난해 SK텔레콤의 위성DMB폰 SCH-B500은 5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20만대가 넘게 팔리며 판매순위 톱10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 단말기는 지금도 인터넷 신규 최저가가 33만원대에 형성된 고급형 모델이다. 올해는 달랐다. 고급형 모델을 판매 상위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 대신 일선 대리점에서 최신 공짜폰을 찾기는 너무 쉬웠다. KTF가 3세대(G) WCDMA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저가폰 물량을 시장에 대거 풀자 자금력에서 우위인 SK텔레콤이 맞불을 놨다. LG텔레콤도 3G 시장에 올인한 KTF의 2G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 저가폰 마케팅에 주력했다. 결국 올해 이통 3사 단말기 판매순위 5위 안에는 1원짜리 공짜폰(인터넷 신규 최저가 기준)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내년엔 기능과 디자인에 승부=이통 3사는 올 한 해 극심한 보조금 마케팅 경쟁으로 상처를 입은만큼 내년에는 시장이 안정화하길 기대한다. 단말기 출시 전략도 저가폰 위주에서 기능성과 디자인 위주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먼저 올 한 해 서비스 보급에 주력하며 저가폰을 양산했던 3G 시장에서는 3G 기능을 좀 더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성 폰이 대거 등장한다.
KTF는 내년 상반기 3G의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활용하는 풀브라우징폰을 선보인다. SK텔레콤도 내년 단말기 트렌드를 디자인 면에서는 터치스크린폰, 기능 면에서는 디지털카메라 모양의 500만화소 휴대폰으로 전망했다. 양사 모두 보급형 3G폰 역시 과거 논위피폰처럼 기능을 과도하게 뺀 단말기는 지양하고 기본적인 3G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저가형 2G 단말기 공급에 주력했던 LG텔레콤은 내년에 출시 단말기의 절반 이상을 EV-DO 리비전A 단말기로 채울 계획이다.
◇여전히 안개 속=3사의 이 같은 단말기 전략을 그대로 실천하기 쉽지 않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정부의 보조금 지급 규제가 풀리면 자칫 무한 보조금 경쟁을 재연할 수 있다. 이통 3사 모두 보조금을 과도하게 씌운 저가폰 양산이 전체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어느 한쪽에서 ‘지르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올해 주춤했던 KT의 재판매가 활성화하면 상황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다만 보조금 규제가 풀리는 대신 미국처럼 의무가입기간이 도입된다면 해당 기간에 가입자를 묶어놓으면서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은 “내년에는 현 30% 수준인 마케팅 비용을 20%까지 끌어내리고 여기에서 확보한 비용을 요금 인하나 서비스 개선에 쓰고 싶다”며 “하지만 타사의 행보를 신경 안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저가폰의 양산을 막고 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키려면 이통업계가 보조금 경쟁이 자해행위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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