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김찬성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

 지난달 20·21일 양일간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된 대선후보 IT정책 포럼은 이를 취재하려는 기자들과 각 후보 진영의 실무진 그리고 대선 공약을 들으려는 업계 관계자가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참석자의 눈이 모두 후보들에게 쏠렸을 때 주위를 살피며 가장 가슴을 졸였던 사람은 이 행사를 주도한 김찬성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부회장(54)이었다. 김 부회장은 “영등포 경찰서에 경호를 요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안전을 위해서 사설 경호원까지 고용했다”며 “후보들도 이미 IT 산업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행사를 계기로 좀더 IT 공약을 다듬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안살림을 이끌고 있는 김 부회장은 소위 삼성맨 출신이다.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78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삼성SDI의 김재욱 사장이 입사 동기다. 그는 “아버지가 삼성전자 입사를 권유한데다가 삼성의 대외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별 다른 고민 없이 삼성전자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서 오디오 개발, 생산라인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지난 87년 삼성전자 일본지점 영업 총괄 부장으로 발령나면서 일본 생활을 시작했다. 일본 생활은 그에게 도전의 연속이었다.

 현재로는 무모할 정도였던 삼성전자 브랜드를 단 TV의 일본 시장 판매 그리고 계속 터지는 현지 소비자 클레임 등으로 밤낮없이 일본 생활을 해야 했다. 일본 생활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느꼈던 것이 바로 ‘품질’이었다. 품질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일본 주재원 당시 그는 소중한 인연을 만들게 된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이 그것이다. 그는 “내가 아는 윤종용 부회장은 공·사가 뚜렷하고 목표를 정하면 꼭 성취하려는 분이었다”며 “우리나라 전자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분 중의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근무할 때 그가 가장 가장 아쉽게 생각했던 것은 가족과 보낼 시간이 적었다는 점이다. 이제 대학생인 딸들이 여전히 아빠와는 거리감을 두고 있는 게 그에게는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김 부회장이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 전략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01년 초, 당시 정보산업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윤종용 부회장은 그에게 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 와서 도와달라는 주문을 했다.

 “김 이사, 당신이 맡고 있는 프린터 사업부 실적도 안 좋은데 여기와서 일 좀 하지, 그래.”

 “네, 알겠습니다.”

 작년 초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가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직원들의 의식 변화였다. 정보산업연합회 회원사들과 각종 산하기구 회원사들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김 부회장은 ‘사랑’에서 방법을 찾았다. 우선 내부 직원부터 서로 사랑하고 존중해야 고객들에게도 이러한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내부 직원과의 스킨십을 늘려갔고 볼링대회, 모창 간담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직원간의 우대감을 높여갔다.

 김 부회장은 “23명의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직원들은 이제는 스스럼없이 형·동생·삼촌·친구처럼 지내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진정한 고객 감동을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내년 가장 우선 순위로 두는 것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춘 새로운 IT 정책 제안이다.

 그는 “사실 지난달 대선후보 IT정책 포럼이 개최되기는 했지만 일부 대선후보들은 국내 IT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가 표준·개방화된만큼 더 진전된 IT정책이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또 제시한 IT 공약이 제대로 실천되는지 독려하고 지켜보는 것도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큰 임무”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이 중점적으로 제안할 IT 정책은 융합시대에 맞는 소프트웨어 인력의 양성이다. u시티·u헬스 등 산업간 융합은 물론이고 항공기의 80%가 소프트웨어 비중일 정도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결국 산업간 융합을 제대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현재 크게 미비한 법을 재정비, 산업 육성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인력 양성쪽으로 정책 방향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하드웨어의 최강자인 일본에서 요즘 하루가 멀다 않고 우리에게 IT 인력 좀 보내달라고 하소연한다”며 “현재 일본은 시스템통합분야 관련 인력은 9만5000여명,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은 9만명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잠시 한눈판 사이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그는 “이제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대”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똑같은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물길을 빨리 되돌려 놓지 않으면 재앙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라며 “특히 이공계 기피현상은 당장 개선하더라도 10년 뒤 쯤에나 효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0년간 국내 IT산업의 한 가운데에서 격랑을 헤쳐 온 그가 다시 한국 정보산업을 거시적 입장에서 바라보며 내놓은 국내 IT 산업 재도약 해법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약력>

1979년 한양대 전자공학과 학사

1978년 삼성전자 입사 (공채 19기)

1987년 삼성전자 일본지점 영업총괄부장 (동경)

1994년 삼성전자 상품기획센터

1996년 삼성그룹 비서실

1997년 삼성그룹 마케팅 임원(이사)

1998년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 전략마케팅 팀장

2001년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무이사 취임

2004년 전무이사

2006년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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