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겪은 지 10년이 됐다. 갑작스러운 경제성장으로 경제안정의 불감증 때문에 초래된 위기였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외자유치를 위해 국내 기업을 해외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외환 보유액을 올리기 위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이 글로벌 과점 기업의 우산 속에 편입돼 성장속도를 늦추지 않기 위해서기도 했다. 지금은 10년 전보다 외환 보유액도 세계 5위 수준으로 높아졌고 기업 부채율도 크게 낮아졌으며 일부 대기업의 경쟁력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런 위기를 겪으면서 안정적인 경제의 중요성으로 투명경영과 내실경영에 역점을 두면서 재무상태는 건강해졌지만 성장동력이 떨어져간다는 걱정과 저성장이란 고민거리가 고개를 들게 됐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경쟁환경은 외환위기를 겪던 10년 전과는 또 다른 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한미 FTA, 유럽과의 FTA로 글로벌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고 현재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에서 글로벌화하지 않으면 성장세와 경쟁력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넛크래커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 이는 우리가 미국·일본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기술과 품질 경쟁에 밀리고 중국이나 동남아 등 후발 개도국보다 가격 경쟁력에 밀리는 현상을 말한다. 유럽 및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성장과 글로벌화를 위해 제품력을 높인 상품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는 방식을 써 왔다. 그러나 무한경쟁의 기업환경에서는 제품의 경쟁력만으로는 어렵다.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M&A를 통한 경쟁논리의 변화가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은 M&A를 이용한 빠른 성장을 구가하고 있으며 일본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M&A시장이 발달하며 M&A 없이 자체 성장은 가능하나 경쟁자를 앞서기는 어려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답보 상태다.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써 M&A는 중요한 요소가 돼가고 있다. 특히 IT와 같이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과 신사업영역이 생기는 분야에서는 제품력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기가 점점 어려운 상황이다. 한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다른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인력 및 사업 기회에 비용을 지급하고 구매하는 전략이 바로 무한 경쟁상황에서의 바람직한 대응 자세가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첨단의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해 사업에 도전하는 창의적인 중소기업·벤처기업의 M&A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며 이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IT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IT 중소·벤처 기업의 M&A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신기술과 아이디어의 지식재산(IP:Intellectual Property) 통합이 활발해져 산업 전반에 고른 성장을 가져올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기업이 M&A로 업계 판도를 바꿀 정도로 성장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뚜렷한 장기 비전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실행 계획이 선행된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즈니스의 확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세계 IT시장이 6.6%로 성장한다는 전망과 대조적으로 한국IDC는 국내 IT시장 성장률을 전년도보다 5.3% 하락한 3.4%로 예상했다. 한국 IT시장의 저조한 성장세와 달리 주변 경쟁국의 성장은 우리의 IT산업에 대한 경쟁논리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업의 경쟁 범위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돼 가고 있어 조 단위의 매출을 하는 해외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덩치를 키워 규모를 일으키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 간의 M&A가 활성화돼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벤처기업과 같이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며 기술 선도적인 기업생태계가 조성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
◆황기수 코아로직 대표 kshwang@corelog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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