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캠프별 IT 참모]역대 최고의 IT드림팀은

 역대 정부 전자·정보통신 산업 부문 최고 드림팀은 누구일까.

 업계에서는 단연 김재익, 오명, 정홍식, 홍성원, 송옥환으로 이어지는 80년대 청와대 팀을 꼽는다. 5공화국 시절, 이들 4인방은 중공업에 밀려 괄시받던 전자·정보통신 산업을 국가발전 동력을 만들어낸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3저 현상’이라는 호재도 있었지만, 전두환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이들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 전자·정보통신 혁명사의 초안을 작성했다. 전자산업 육성계획, 컴퓨터 반도체 육성계획 등 산업 진흥책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TDX교환기 개발, 컬러TV방영, 반도체 개발, 전화자급제, 통신사업 민영화, 정보통신 연구개발체계 조정 등 대대적인 규제완화책을 시행했다.

 김재익 경제수석(당시 직급)은 5공 경제정책의 핵심축이다. 스탠퍼드대 출신인 그는 10.26 이후 매일 두 시간씩 전두환 대통령에게 경제를 가르치던 과외교사였다. 그가 전대통령에게 가르친 내용은 단순하지만 명료했다. ‘경제현상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군대나 기업이나 흑자를 내야 한다, 임금이 올라도 물가가 올라가면 안 된다’가 핵심이었다. 이런 원칙은 ‘독재정권’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5공화국 정부가 경제 부문에서 가장 활발하게 규제 완화책을 만들도록 했다.

 그는 전자·정보통신산업, 금융실명제 등 규제완화를 주도한 금융정책 개선을 추진해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경제대통령은 당신이야”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금융실명제가 전두환 대통령이 추진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그가 드림팀에 주문한 것은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무조건 소신껏 밀어붙여라”와 “지금은 추진력이 필요할 때니만큼, 비서관으로서 도가 지나친 일이더라도 밀고나가라”였다. 83년 10월 9일 미얀마 아웅산에서 서거하기 전까지, 그는 대한민국 진짜 ‘경제 대통령’이었다.

 오명 경제비서관은 경기고 1년 선배인 김재익 수석에 의해 발탁돼 국보위에서 청와대로 입성한다. ‘대한민국 정보통신 대부’라는 별명답게 TDX전전자교환기, 국산주전산기, 전자산업 육성, 컬러TV방영, 반도체 개발 등을 기획한다. 8개월에 걸친 짧은 청와대 생활동안 오명 비서관은 김재익 수석과 코드를 맞춰 각종 육성방안을 만들어냈다. 이후 40대 초반의 나이에 체신부 차관으로 발탁돼 정보통신 및 전자산업 발전을 주도했다. 초대 과학기술부총리, 건교부 장관, 체신부 장관, 대전엑스포 조직위원장 등을 지내면서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 과학기술계의 큰 흐름을 이끌어냈다.

 드림팀에서 실무역할은 홍성원 연구관, 정홍식 서기관, 송옥환 과장이 맡았다. 이들은 1980년을 전후로 청와대에 입성해 각각 89년 3월, 4월, 5월까지 우리나라 IT 및 전자산업 정책을 담당했다. 기획안을 만들고 첫 번째 정보통신 혁명이 성공을 거두는 과정까지 지켜본 사람들이다. 이들의 기획과 추진력은 대한민국 역대 정부 중 단연 최고였다. “10년 가깝게 같은 일을 하다 보니 “눈빛만 봐도 뜻을 읽을 수 있는 사이”가 됐다. 홍성원 연구관은 이후 시스코회장으로, 정홍식 서기관은 정통부 차관, 송옥환 과장은 과기부 차관이 됐다.

 업계에서 이들을 드림팀으로 꼽는 이유는 정부의 정보통신, 전자산업 정책을 산업계 입장에서, 거시적으로 만들고 이를 빠르게 추진해 나갔다는 것이다. 단기 처방 중심, 단기간 수익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10년 이상 큰 그림을 그리고, 그 정책기조를 한결같이 유지해 갔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들 드림팀에 대한 통치권자의 절대적 신뢰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른 시기에 체신부로 나온 오명 비서관이나 홍성원, 정홍식, 송옥환 등은 무려 같은 업무를 10년가량 이어갈 만큼 당시 통치권자로부터 큰 신뢰를 얻었다.

87년 말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전대통령이 재임기간에 성장, 물가, 국제수지라는 경제정책의 3대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했다”며 “전자·정보통신산업 발전이 원동력”이라고 적었다. 80년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맞았던 대한민국을 전자·정보통신 산업 발전을 기반으로 86년 100억 달러 수출국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100억 달러 수출목표는 김재익 경제수석이 꿈꿨던 목표였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