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온라인게임의 독버섯 불법 서버(상)게임강국 발목잡다

Photo Image

 불법 서버가 온라인게임 시장을 갉아먹는다. 온라인 게임 업계는 불법 서버로 인해 도둑맞는 매출은 연간 150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온라인게임산업 매출규모의 7∼8%에 이른다. 청소년들은 불법 서버에서 뿌리는 성인용 게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해외에서는 불법 서버 때문에 수출 게임에 클레임을 걸 정도다. 그래서 세계 일등 상품인 국산 온라인게임이 발목을 잡힐 수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과거 PC게임이 불법 복제로 초토화된 사례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독버섯, 불법 서버의 피해 현실과 현주소, 대책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최근 경찰은 불법 서버 운영자 정 모(34)씨에 대해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불법 서버는 말 그대로 저작권을 무시한 채 음성적으로 제공하는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말한다. 정 모씨는 웹젠의 온라인게임 ‘뮤’의 불법 서버를 운영하면서 약 20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게임 업계는 불법 서버의 금전적 손실을 연간 15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리니지’나 ‘뮤’ 등은 불법 서버로 인한 금전적 피해규모가 연간 수백 억원에 달할 정도다. 또 열혈강호나 라그나로크, 바람의나라 등의 인기 게임도 불법 서버의 표적이 돼 왔다.

엔씨소프트의 자체 조사 결과 ‘리니지’ 시리즈는 모두 331개의 불법 서버가 있으며 그 회원 수는 15만 명을 웃돌 정도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엔씨소프트 리니지 전체 매출의 8.5%에 해당하는 연 200억원 수준이다. 실제로 올해 3월부터 불법 서버가 급증함에 따라 엔씨소프트의 2분기 리니지 매출은 1분기에 비해 16%, 전년 동기 대비 11%나 줄어들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불법적인 관행과 버릇이 존재하는 한 산업 선진화와 성장의 지속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정부와 업계, 이용자의 능동적인 불법 서버 퇴치 의지와 노력만이 게임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에 대한 악영향도 심각하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이 내용에 따라 등급을 받지만 불법 서버는 이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불법 서버를 통하면 초등학생이라도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성인용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일부 불법 사설 서버 운영자들은 게임 내용을 자의적으로 수정, 폭력성과 선정성 수위를 높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렇게 조작된 성인용 온라인게임은 게임 속 캐릭터 간 전투에서 피가 튀고 여성 캐릭터의 경우 전라로 등장하기도 한다.

불법 서버는 국산 게임의 수출도 가로막는다. 최근 불거진 엠게임과 중국CDC게임즈와의 법적 분쟁에서 CDC게임즈는 열혈강호 불법 서버를 문제 삼아 엠게임을 압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국 업체들은 국내에 창궐해 있는 불법 서버를 문제 삼아 수출 계약을 유리한 조건으로 몰고 가거나 수출 자체를 꺼리는 사례도 나타나는 추세다.

“최근 현지 업체들이 불법 서버 대응을 수출 조건에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한국에 있는 불법 서버 사례를 내밀며 ‘그 문제부터 해결하고 오라’는 지적에는 말문이 막힙니다.” 열혈강호로 중국에 진출했지만 이 문제로 소송까지 겪고 있는 권이형 엠게임 사장의 토로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