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WTO D램 판정, 일본 정부 즉시 이행해야

 하이닉스가 1년 8개월여를 끌어온 일본과의 D램 분쟁에서 최종 승리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조정기구(DSB)는 28일(현지시각) 하이닉스 D램에 대한 상계관세(CVD:Countervailing Duty) 부과 조치가 WTO 보조금 협정에 어긋난다고 판정했다. 하이닉스가 지난 7월 1심에 이어 이번 최종심에서도 승리함에 따라 향후 하이닉스의 D램 수출 전선에 청사진이 켜졌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동안 하이닉스는 보조금 시비를 없애기 위해 일본 수출 제품은 중국 우시 공장 등을 거쳐 진행해왔는데 이 같은 번거로움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CVD 때문에 하이닉스 D램 구입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거래처도 앞으로 보다 활발히 하이닉스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돼 재기를 꿈꾸는 하이닉스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애초 일본 정부가 하이닉스에 CVD를 매긴 것부터가 무리였다. 일본 정부는 2001년 10월과 2002년 12월 각각 있었던 하이닉스 채무 재조정을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 주장에 근거, 2006년 1월 27일부터 하이닉스 수출 D램에 덤핑 혐의를 적용, 27%가 넘는 CVD를 부과했다. 하지만 WTO가 밝혔듯이 2001년 10월의 채무 재조정이 설사 보조금 성격이 있다고 해도 그 효과는 이미 2005년에 사라졌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2006년에 이를 문제삼은 것은 확실히 잘못된 것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모든 사업 분야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하이닉스일 뿐이다. WTO는 2002년 12월 하이닉스 채무 재조정에 대해서도 “하이닉스가 혜택을 입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비록 일본 정부는 하이닉스가 혜택을 입었다는 객관적 증거를 WTO에 제출했다고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일본 정부 자료가 한쪽에 치우쳐진 것임이 설명된 셈이다.

 수출국이 특정 수출에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면 수입국이 그 수입상품의 보조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CVD다. WTO는 지난 95년 1월 출범 이래 회원국 자체 조사로 수입품이 자국 생산자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정되면 해당 수입품에 상응하는 수입관세, 즉 CVD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CVD는 반덤핑 관세에 비해 이용 빈도는 낮지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예전에는 미국·EU·일본 같은 주요국이 우리 철강·화학제품에 관해 주로 보조금 문제를 거론했으나 근래에는 수출 주력품으로 떠오른 반도체에 자주 딴죽을 걸고 있다. 실제로 미국도 2003년 6월 44.71%의 CVD를 부과한 바 있으며 이후 1년마다 연례 재심으로 관세율을 조정, 2006년 3월 58.22%까지 올라갔다 올 8월 26%로 다소 줄어든 형편이다. EU 역시 2003년 7월 34.8%의 CVD를 매겼지만 WTO에서 한국이 부분 승소함에 따라 지난해 4월 32.9%로 소폭 줄었다.

 WTO 결정에 강제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번 판정으로 일본 정부의 무리가 입증된만큼 일본 정부는 즉각 하이닉스의 CVD를 없애거나 크게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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