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옌지에서 개최된 ‘다중언어정보처리 국제학술대회(ICMIP 2007)’에서 남북 양측이 리눅스 배포판인 ‘하나리눅스’의 공동 개발 등 리눅스 분야 IT협력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은 남북한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소프트웨어(SW) 인력의 확보가 중요한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에 비해 북한은 고급 SW 인력으로 클 수 있는 인적자원이 매우 풍부한 상태다. 여기에다 ‘공유와 나눔의 철학’을 지닌 리눅스 분야를 향한 북한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리눅스 분야 남북 IT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 측은 이번 학술대회에 최광철 김책공대 실장, 문황룡 조선콤퓨타쎈타 실장 등 리눅스 전문가를 대거 파견, 리눅스에 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물론 실제로 리눅스 배포판의 남북한 공동 개발 등이 실현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남북 양측이 리눅스 공동 개발 및 사업추진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번 국제학술대회 성과는 적지 않다. 향후 남북한이 하나리눅스 공동 개발 등 협력방안을 추진하면 남북한 IT협력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IT분야 북한 인력 활용방안과 아웃소싱 등이 본격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 측은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 남북한 IT협력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번 학술대회에 국내 리눅스 분야 업체가 대거 참여한 것도 북한 측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전경 조선민족과학기술협회 서기장은 행사 기간 내내 “실속 없는 논의보다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돼야 할 시점”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북측 리눅스 전문가들은 현재 한·중·일 리눅스 전문업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아시아눅스와 OSS 동북아시아포럼 등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향후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타진하는 등 국제적인 동향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학술대회에선 리눅스 분야 협력방안뿐 아니라 중국 내 조선 자치주인 옌볜 자치주의 역할에 관해서도 비중 있게 논의됐다. 중국 정부는 현재 옌볜 자치주를 IT시범지역으로 선정, IT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옌볜 자치주의 김찰률 국장은 “앞으로 중·한 SW단지 조성, 정보산업빌딩 건설, 한국기업 대상의 창업보육센터 설립 등으로 한국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한수 옌볜과기대 교수 역시 최근 중국 정부가 동북개발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옌볜 자치주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옌볜 자치주를 한국 기업이 중국 진출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특히 “최근 옌볜 자치주에도 고급 기술인력 부족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북한 IT인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선 남북한 간 IT용어 이질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됐다. 남·북·중 IT전문가들이 모여 이틀에 걸쳐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였으나 남북한 간에 용어가 상이해 의사소통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드러냈다. 남북 양측은 앞으로 남북한 IT전문용어 이질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옌지=장길수 기자 ks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