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출 10억달러, 연간 무역 7000억달러 시대 개막’
한국 무역사에 남을 2007년 성과다.
올해 우리나라 무역실적은 12월 중순경이면 7000억달러(이하 예상치)를 넘어선다. 국토면적 세계 0.07%, 인구 세계 0.7%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무역 7000억달러, 1인당 수출 7700달러를 일궈낸 것이다.
1년 무역규모 7000억달러 업적은 경이적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자. 무역 7000억달러 클럽에 가입한 국가는 미국·독일·일본 등 전세계 10개국에 불과하다. 이중 중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9개국은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이다. 무역측면에서만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다. 이희범 무역협회장은 “450만명의 한국 무역인들이 이룬 대단한 업적”이라고 평가한다.
연 수출실적 3700억달러 달성도 결코 빼 놓을 수 없다. 지난 1971년 연간 수출실적은 10억달러. 36년만에 우리는 1971년 연간실적이었던 10억달러를 하루만에 갈아치우는 능력있는 국가를 만들었다.
이같은 수출규모 확대에 힘입어 올해 우리나라는 세계 11위 무역국으로 부상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올해 예상 무역액은 7200억달러를 넘어서 지난해 11위였던 홍콩의 올해 실적(7150억∼7200억달러)을 앞지를 것으로 점쳐진다. 2000년 13위에서 6년 만인 지난해 12위로 올라선 후 다시 1년 만에 한계단 올라가는 신기록 행진이다.
올해는 △5년 연속 두자릿 수 수출증가율 기록(올해 13%) △10년 연속 무역흑자 달성(10월말 현재 140억달러) △신흥시장 개척 효과 가시화 등의 업적도 남겼다. 이 가운데 유가 급등으로 자금이 넘쳐나는 오일머니 시장을 개척해 현격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 주목된다. 올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대한 수출은 9월까지 181억5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46.2%나 급증했다. 여기에 신흥 유망시장인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독립국가연합(CIS)에 대한 수출도 79억6000만달러로 50% 이상 늘었다.
이같은 결과로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450억불탑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됐고, 현대중공업과 하이닉스반도체가 각각 100억불탑과 90억불탑을 받는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60억불탑을 받았는데 1년만에 30억달러를 늘렸다. 대우조선해양이 60억불탑, LG화학이 50억불탑 그리고 소니서플라이체인솔루션즈코리아와 STX팬오션이 30억불탑을 각각 수상한다.
다음 목표는 2010년 무역 1조달러 달성이다. 현재 무역 1조달러를 넘어선 국가는 독일·미국·중국·일본·프랑스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들이 무역 7000억달러를 넘어 1조달러를 달성하는데 평균 5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3년만에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환율급락과 수출채산성 악화 △일본에 대한 무역역조 개선 △미·일 등 거대경제권 수출 부진 △품목별 수출격차 심화 등의 험난한 물길을 헤쳐 나가야 한다. 올해 대일본 무역적자 규모는 300억 달러 안팎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2004년 244억달러 이후 2005·2006년 244억달러·254억달러로 주춤했다가 올해 다시 큰 폭 늘었다. 결국 일본과의 경쟁을 해야만 1조달러 무역달성과 무역 수지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신기술·신상품 개발은 물론 문화서비스 등 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여러나라와 FTA를 체결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 급등·이색업체
수출 견인차는 ‘역시 IT’였다. 올해 수출증가율 상위 3개사는 모두 IT업체다. 1위는 수출신장률 2103%를 기록한 내비게이션단말기업체인 팅크웨어(대표 김진범). 올해 2000만불탑을 수상하는 이 회사는 2005년 매출 438억원에서 지난해 1014억원, 올해는 1625억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2·3위업체는 참앤씨(3000만불탑)와 디오텔(1000만불탑). 참앤씨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검사·수리장비업체로 2004년부터 대만·중국에 사무소를 개설하며 해외영업을 강화했고, 2003년 1만달러대에 그쳤던 수출규모를 2005년 500만달러, 2007년 3000만달러(예상)로 늘렸다.
디오텔은 자동차 내비게이터 및 임베디드솔루션 보드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 큰 성과를 올렸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2000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독일 하노버 세빗(CeBIT) 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세계 주요 전시회를 시장개척 방법으로 활용했다.
이색 수상업체로는 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기기 방수하우징 전문회사인 디카팩(100만불탑), 산업용 폐기물 전문업체 유스테크코리아(1000만불탑), 휴대폰과 DVD플레이어 등 액정 소재를 생산하는 에이스하임(500만불탑) 등이 대표적이다.
2005년 4월 설립된 디카팩은 특허기술과 독창적인 디자인기술을 토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방수하우징을 제작해, 설립 2년여만에 미국·일본·독일 등 38개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유스테크코리아는 반도체회사가 폐기하는 폐웨이퍼·폐실리콘 등을 쏠라용 기판의 원재료로 재생산해 수출한다. 반도체와 태양광산업 재활용 기술개발로 세계 시장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이스하임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하프미러(Half Mirror) 소재 국산화에 성공해 종주국인 일본 등에 역수출중이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200% 이상 수출신장률을 기록했다.
<450억불탑/ 삼성전자>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과 유가급등 등 대외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수출 450억불탑의 영예를 안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474억5800만달러 수출 실적을 올렸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 증가한 규모다. 삼성전자가 대외 악재를 이겨내고 이 같은 실적을 거둔 데는 각 사업부문별로 진행된 끊임없는 기술개발 및 원가절감 노력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LCD 및 PDP TV를 중심으로 한 평판TV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이에 따른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도 CRT·LCD·PDP·프로젝션 TV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 변화에 대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1분기 중 △TV 전체 △평판 TV △LCD TV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고, 2분기에는 프로젝션 TV 부문에서도 1위 자리에 올랐다. 주력 모델인 ‘보르도 플러스’는 올해 출시 후 3개월 간 판매량이 전년 모델인 ‘보르도’의 두 배에 육박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휴대폰 사업도 원가절감 및 중고가 위주의 제품 구성으로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생활가전 사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프리미엄급 제품 출시로 해외 판매경쟁력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시장 가격 하락, 수요둔화에 부딪힌 반도체 사업도 차별화된 제품 구성을 통해 수익성 개선과 시장지배력 확대에 성공했다.
<20억불탑/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대표 최승철)는 21억6500만달러 수출실적을 올려 20억불탑을 받았다. 주력 수출품목은 건설기계·산업차량·공작기계·엔진·방산품 등이다.
지난 1937년 설립 이후 △해외 인수합병(M&A) △활발한 현지투자 △해외 기업과 협력 확대를 통해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대형 굴삭기 세계 4위 △공작기계 세계 4위 △지게차 세계 7위 등 각 품목별로 세계 상위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수출확대는 해외 선진시장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이 큰 힘을 발휘했다. 회사는 유럽 주요 지역에서 2년 전에 비해 40% 이상 판매신장을 이뤘으며 미국 지역에서는 공작기계 수출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최근에는 신시장 선점 전략도 효과를 거뒀다. 중국에서 굴삭기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인도는 수출 개시 3년 만에 신장률이 세 배에 달하는 등 세계 전역에서 고른 성장기반을 갖추며 20억 달러를 수출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우수 연구인력 육성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20억불탑/삼성코닝정밀유리>
삼성코닝정밀유리(대표 이석재)는 국내 최대 TFT-LCD용 기판유리 생산업체다. 국내 LCD산업 태동기인 1995년 삼성과 코닝이 50대 50을 투자해 설립했다. 두께 0.5∼1.1㎜인 TFT-LCD용 기판유리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웨이퍼에 비교되는 핵심 소재다. 국내 LCD산업 대표 클러스터인 충남 탕정과 경북 구미 생산라인에서 2세대에서 세계 최대 크기 8세대에 이르는 풀 라인업 체제를 갖춰, 두께 0.5㎜, 0.63㎜, 0.7㎜의 기판유리를 생산중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한발 앞선 차세대 제품 개발을 통해 꾸준히 선두자리를 유지했다. 2005년 세계 최초 7세대 기판유리 양산공급을 시작했고, 올해는 세계 최대 크기 8세대 기판유리 양산에 성공했다. 8세대 기판유리는 46·52인치 LCDTV 패널을 각각 8장과 6장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LCD TV 대중화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올해부터는 세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환경규제에 대비, ‘이글(Eagle) XG’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글XG에는 비소 등 중금속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으며, 유해한 부산물을 생성할 수 있는 염소·불소 등 할로겐 화합물도 섞여 있지 않아 가장 친환경적인 TFT-LCD용 기판유리로 불린다.
<3억불탑/심텍>
심텍(대표 전세호)은 반도체 및 이동통신용 초고다층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제조업체다. 2004년과 2005년 1억불과 2억불 수출의 탑을 받은데 이어 올해는 3억불탑을 수상한다.
국내의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5대 주요메이커에 PCB를 모두 공급하는 세계 유일의 PCB 제조업체이기도 하다. 올해 주력 제품인 메모리 모듈 PCB와 BOC는 세계시장 점유율 약 2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5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로부터 ‘협력업체 상(Supplier Award)’을 받는 등 기술 및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심텍은 주요 경쟁사들이 시설투자 축소와 사업영역 단순화에 나서던 시기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구조를 과감히 확대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PCB는 모든 전자제품의 신경망 역할을 하는 필수 제품이면서도 각종 전방산업에 따른 경기변동성을 지니고 있다. 심텍은 제품 및 고객사 다변화 여부에 따른 신제품 개발이 향후 PCB 부문 성장을 극명하게 구분할 것으로 보고, 새로운 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에 집중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철탑산업훈장/박경수 피에스케이 사장>
박경수 피에스케이 사장은 반도체제조 핵심인 반도체장비산업을 키우기 위해 1990년 회사를 설립했다. 꾸준한 연구개발(R&D)로 지난해에는 12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성공 벤처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는 회사를 R&D 중심기업이라고 강조한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갔으며, 최근 3년 간 매출액 대비 연평균 투자 규모를 12% 이상 늘려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반도체장비인 에셔(Asher)를 개발해 현재 주력제품으로 만들었다. 지난해는 반도체 공정용 실리콘 트리트먼트장비(Si Treatment System)와 건식세정장비를 국산화해 반도체 기술발전과 수입대체 및 수출증가에 기여했다. 올해는 세계 최대 시장인 일본시장 진출에 역량을 집중, 하반기 국내 기업 최초로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일본에 수출해 에셔 분야 세계 1위를 확고히 했다.
박 사장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이사로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해 오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며 코스닥기업과 코스닥시장의 신뢰성 증진에 노력중이다. 올해 6월 12개 기업으로 구성된 카자흐스탄 민간 투자환경조사단을 구성해 방문하는 등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철탑산업훈장/최장석 열림기술 전무>
최장석 열림기술 전무는 지난 2000년 3월 영업본부장으로 합류한 이후 2002년부터 셋톱박스 개발과 제조, 수출을 지휘해 오고 있다.
최 전무는 열림기술의 독일 현지법인· 두바이 지사 설립, 신규시장 개척은 물론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내 프로세스 개선과 정립에도 노력해 회사가 2003년 매출 585억원 달성과 3000만달러 수출의 탑을 받는데 크게 공헌했다.
최 전무는 일부 유럽과 중동지방에 국한됐던 자사 수출망을 확대하기 위해 연 30만㎞의 해외 출장과 1년 중 절반이상을 해외 현지 시장개척에 헌신했다. 열림기술의 올해 수출 실적은 7351만9000달러로 전년보다 74%가 늘어났다. 최 전무의 열정과 애정으로 열림기술은 2007년 7월 현재 미국, 핀란드, 오스트리아에서 단일품목으로 동종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베트남과 호주 캐나다 등지의 시장진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최 전무는 향후 “디지털 방송 전환이 이뤄지는 시점에 맞춰 고화질 HD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상품 출시를 통해 3년 내 수출 3억달러 달성 및 300억원 이익 달성, 세계 5대 셋톱박스 전문회사로 열림기술을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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