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ARM이 한국 팹리스에 주는 교훈

 27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는 영국의 반도체 기술 기업인 ARM의 기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협력사와 고객사 관계자 500여명에게 자사의 기술과 시장 전망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에 참석한 튜더 브라운 ARM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RM은 직원 수가 1700명에 불과한 작은 기업으로 종합반도체기업인 인텔과는 사업방식이나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인텔이 모바일 인터넷 기기용 프로세서 시장에 진입하는 데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ARM을 꼽을 만큼 ARM은 이 분야에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 세계 휴대폰의 약 90%가 ARM의 코어를 사용한다. ARM은 설립된 지 20년도 채 안 됐고 공장도 없고 제품도 없지만 반도체 IP로 전 세계 모바일용 프로세서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인텔은 PC용 프로세서 시장의 강자로 유명하지만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에서는 ARM의 벽이 상당히 높고 크다. ARM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판다. ARM은 인텔이 PC 프로세서 시장을 일구는 것을 보면서 틈새 시장을 노렸다. 제품 개발이 아니라 기술 개발로 시장을 지배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 코어 분야의 핵심 기술인 저전력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국내 200여곳 이상의 팹리스 반도체 기업 중에는 반도체 IP를 적극 개발하는 업체도, 이를 외국에 수출하는 업체도 드물다. 외국 기업이 개발한 IP를 비싼 라이선스료를 물고 가져다 쓰기만 해서는 전 세계가 각개전투를 벌이는 반도체 시장에서 작은 승리조차 거두기 힘들다. 틈새시장을 발굴하더라도 팔고 남는 게 없게 된다.

 직원 수가 1700명에 이르는데도 “우리는 작은 기업”이라고 말하는 영국의 작지만 강한 기업 ARM은 국내 팹리스 기업에 기술만이 살길이라는 평범한 교훈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정소영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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