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한국은행이 22일 명예퇴직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당장 내달 3일부터 시행한다는 구체적 일정도 담겨 있다. 앞서 서울시도 이달 초 감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이 ‘떨고 있다’는 소문이다.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과감한 정부 조직 개혁을 들고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20·21일 잇따라 마련한 ‘제17대 대선후보 초청 IT정책포럼’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정부 기능 재조정은 새 정권 들어서면 인수위에서 바로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도 “부처 수를 줄이고 유사중복 기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원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피치 못할 것이란 예상이다.

 사실 현 정부의 부처별 업무 중복 문제는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한 기업 대표는 “A 부처와 사업을 했다가 B 부처로부터 ‘왜 우리에게 제안을 하지 않았느냐’며 핀잔을 들었다”란 말을 전했다. 취재하는 기자 사이에도 쓸 기사가 없으면 “각 부처에서 발표한 자료를 비교해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철밥통 문제 역시 민영화 얘기가 끊이지 않는 산업은행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직원 6명 중 1명이 억대 연봉’이라는 언론 보도의 해명성 참고자료에서 “업무특성상 고경력 직원 비중이 높은 데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 만난 한나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후보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에 대해 “당장 청와대 인력도 크게 줄일 판”이라고 말했다. 다른 것을 떠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비록 같은 날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부처 중복 문제 해결’은 두 대선후보가 의견일치를 보인 대표적인 공약이다. 두 후보 모두 그만큼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절이 시절인만큼 이 공약은 누가 당선되든 유권자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각인돼 남을 것이다.

  김준배기자<정책팀>@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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