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반도체 업계 ‘이중고’

  중소 팹리스반도체 업체들은 ‘있는’ 고급인력을 지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일당백 하는 전문가 한 명만 오면 제품 개발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대기업보다 열악한 중소업체들은 고급인력을 확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어렵사리 고급인력을 양성해놓아도 대기업이 스카우트 손길을 뻗치면 빠져나가기 일쑤다. 그렇다고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해오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한 중소 팹리스반도체 업체 CEO들의 노력은 눈물 겹다.

◇고급인력 지키기 백태=서민호 텔레칩스 사장은 “고급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유지시키는 비결은 ‘성취감과 금전적 보상, 그리고 자기계발’에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이익을 내면 나눠갖기로 했는데 지금까지는 계속해서 이익을 창출해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텔레칩스는 최근 2년 새 인력이 2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이직률은 낮은 편이라고 한다.

서 사장은 “금전적 보상과 자기계발도 중요하지만 엔지니어에게는 성취감도 중요한 요인”이라며 “개발자가 공들여 만든 제품이 각광받고 특허나 신기술이 매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텔레칩스는 서울대와 이화여대 교수 2명을 초빙해 3, 6개월 단위의 강좌를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내대학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씨앤에스테크놀로지(대표 서승모)도 개발자들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직무관련 사내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고 스톡옵션 등의 혜택으로 유능한 인재를 붙잡아 놓고 있다.

◇능력 검증도 난맥상= 중소기업들은 고급인력 지키기도 어렵지만 그나마 채용 가능한 경력자들도 검증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실리콘마이터스의 이준 상무는 “경력자들의 몸값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기업과 학교, 연구기관에서 그만큼 고급인력을 충분히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경력직을 채용하려해도 검증장치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경력자 채용시 기존에 근무했던 회사의 업무실적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고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장치 필요=중소기업들이 검증된 고급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직금지 조항에 일정정도 숨통을 터 줘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선호 브로드큐 사장은 “주요 기술 인력은 대부분 삼성전자, 옛 LG반도체, 하이닉스반도체 등에서 중소 벤처기업으로 이동하는데 동종업종 이직 금지제도 때문에 길이 막혀있다”고 지적했다.

씨앤에스테크놀로지의 최용성 팀장은 “정부 투자로 팹리스 설계기술 인력 양성하는 기관을 더욱 확대하고 병역특례 배정인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병력특례제의 보완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병력특례자들은 현재 1년 복무 후 전직이 가능하지만 이를 2년으로 늘리거나 복무업체의 동의를 얻어야 전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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