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파 저감 설계로 1원·1초를 아껴라.’
유가 폭등과 환율 불안으로 기업들의 원가경쟁력 제고에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전자업계가 전자파 저감 설계로 위기 극복에 나섰다. 전자파 저감 설계란, 각 국별로 각기 다른 전자파적합성시험(EMC) 규격을 사전에 파악해 수출 제품의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효과적인 설계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적시에 제품을 출하하고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필수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첫 관문에서 5개중 4개가 불합격=삼성전자는 수원연구단지에 3개의 EMC실험실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가전·휴대폰·PC·프린터 등 각종 전자제품의 테스트를 위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다. 한 번에 두 시간 남짓의 시간을 배정받지만 합격 범위 안에 드는 값을 찾기 위해서는 몇날 밤을 세우고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EMC를 통과하지 않으면 제품을 출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첫 테스트의 관문을 넘는 제품은 평균 5개 중 하나꼴. 최악의 경우에는 출시를 늦추고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기도 한다.
EMC실험실 운영을 맡고 있는 박노천 차장은 “EMC를 통과했는지 여부를 알려면 개발자의 몸무게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까다롭고 철저하게 운영한다”면서 삼성의 브랜드와 품질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이같은 EMC실험실을 평택과 구미, 창원 등 각 사업본부별로 마련해 각 국의 규격에 맞는 인증 과정을 진행 중이다.
◇저감 설계, 상호 인증으로 경쟁력 확보=전자업계의 노력은 단순히 인증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전 설계단계에서부터 전자파 저감 방안을 고려하지 않으면 적기출시나 원가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박 차장은 “최근 전자제품이 컨버전스화되고 전파를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가 많아지면서 전자파를 관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설계 단계에서 적용하지 않으면 원가관리도 어렵고 제품 디자인 자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차폐제로 내부를 도포하고 전자파가 덜 방출되는 고가의 부품으로 교체하는 것은 1차원적인 방법. 1원의 원가가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만큼 개발 단계에서 미리 전파의 흐름을 고려하고 전자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설계를 적용해야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독일은 사전 샘플 인증 이외에도 시장에 출시된 제품을 무작위로 골라 사후 관리까지 한다”면서 “EMC 등 각종 인증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전방위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