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화와 멀티미디어화로 반도체설계자산(IP)을 빌려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여러 반도체에 많이 쓰이거나 어느 반도체에나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설계해 놓은 IP는 다른 제품을 개발할 때 돈을 주고 빌려 쓸 수 있다. 일일이 직접 개발하지 않고 이미 개발해놓은 것을 갖다 쓰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국내에도 대표적 글로벌 반도체설계자산(IP)업체인 ARM과 텐실리카가 활동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두 업체의 IP를 라이선스하는 사례는 부쩍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후지쯔반도체, 동부하이텍 등 파운드리는 물론이고 코아로직이나 코아리버, 펜타마이크로, 텔레칩스, PNP네트워크 등 팹리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멀티미디어 IP를 빌려쓰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ARM의 경우 1997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고객이 늘면서 10년간 170배 성장했고 텐실리카도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인 17개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섭 ARM코리아 사장은 “예전에는 주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ARM 코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팹리스들이 멀티미디어 칩 제작에 사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고객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IP 하나를 개발하는 데 비용이 수억원이 들어가지만 낮은 버전의‘ARM’ 로열티의 경우 칩 하나당 평균 8센트면 충분하고 제품에 따라 라이선싱 할 경우도 인력효율과 개발비용을 감안하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 기기들의 트렌드 변화가 빨라지면서 개발기간 단축이 절실한 것도 이유다.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을 만드는 엠텍비젼의 사업기획팀 조용진 과장은 “몇 년전 만해도 인텔의 X86 8051 코어IP로 멀티미디어 칩 개발이 충분했지만 MP3 음악 재생, 동영상, 카메라까지 여러 기능을 통합한 디지털 가전용 32비트칩을 개발하기 위해 ARM IP 사용은 필수가 됐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엠텍비젼도 자체 개발한 코어IP가 있지만 여러 OS와의 호환성, 소프트웨어와의 통합을 고려하면 자체 개발 코어로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멀티미디어 코어IP를 빌려 쓰면서 중소팹리스에게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ARM9의 경우 가격이 30센트에 불과하지만 신제품 개발을 위해 사용되는‘ARM11’이나 내년 출시될 ‘멀티코어 A9’의 경우 가격이 수십센트에서 수달러에 달한다.
조용진 과장은 “중소 팹리스의 경우 사용물량이 적어 대량 주문을 하거나 제품별로 라이선싱하는 대기업에 비해 더 많은 로열티를 제공하기 때문에 반도체칩 하나를 만들면서 남는 이익이 코어IP 사용료에도 못미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중소 팹리스들의 수익기반 확보를 위해서 정부나 협회차원의 공동구매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전자신문, 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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