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개성공단과 관련된 내용이다. 북한 측은 개성공단의 개발속도가 더딘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그만큼 북한이 개성공단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1단계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2단계 사업도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3통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점이 주목된다. 현재 개성공단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은 한 달 전에 방문신청을 해야 하고 직접 사업자도 사흘 전까지 신청을 해야 한다. 화물수송은 도로를 이용해 하루 20여 차례 이루어지고 있다. 초기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됐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는 점과 수시통행이 어려운 점은 향후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됐을 때를 생각하면 적체현상이 심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유선전화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휴대폰 및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사업하는 데 불편이 크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개성공단은 다양한 방면에서 남북한 협력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남북한 IT협력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외부적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12월 말까지 북한 영변 핵시설 3군데를 대상으로 불능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곧이어 북한은 핵 관련 시설 등을 신고할 것이다. 이에 상응해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공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미국의 적성국교역법 적용도 이러한 분위기라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북한 내에 IT협력과 관련된 기자재를 반입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물론 시간은 다소 걸릴 것이다. 평양에는 조선컴퓨터 센터 등 다양한 IT협력 대상기관이 있다. 외부적 환경이 개선되면 이들 기관과의 협력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서로 접촉이 원활하지 못한 데 있다. 자주 만나지 못하면 통신이라도 원활히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간단치 않다. 따라서 당분간은 개성공단이 IT협력을 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이미 개성공단에는 남북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남북경협협의사무소가 있다. 여기에서는 경협과 관련된 협의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교역 및 임가공과 관련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진다.
앞으로는 IT협력과 관련된 논의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예를 들면 북측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의뢰하게 되면 이전에는 베이징 등 제3국에서 기술적 협의를 하거나 북한기술자들을 중국으로 불러내 훈련시키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낭비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실시간으로 연계돼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져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없는 실정인데 이렇게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는 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들다. 제조업 분야가 대부분 개성공단으로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IT분야도 역시 개성공단에 모여들 가능성이 크다.
북한관리들도 개성공단을 방문하고는 놀라는 일이 많다고 한다. 북한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공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북측도 IT 관련 개발센터 등을 개성공단에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IT인력 배출학교도 개성인근에 설치하는 것을 고려해 봄직하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운영 관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개성공단이다. IT 협력은 공동관리 및 운영이 필요하다. 북측이 개성공단의 좋은 인프라를 이용해 IT센터를 운영한다면 남한기업 이용도는 높아질 것이다. 굳이 해외지역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측에서도 북측 기업의 투자유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준비를 하면 향후 2∼3년 내에는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한기업 전용공단에서 발전해 남북한 기업 공동 이용의 장으로 거듭나고 여기에 IT 협력이 중심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seridys@s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