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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펜리 직원들이 신제품에 대한 리뷰와 마케팅 전략 회의를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전자신문, jiho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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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 생활가전 기업이 좀처럼 성공하기 어려운 국내 가전 시장에서 대기업의 틈바구니를 뚫고 최근 음식물 처리기 하나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다.

 ‘100% 깨끗한 환경(Fresh Environment)’을 의미하는 ‘루펜(LOOFEN)’ 브랜드로 주부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는 루펜리(대표 이희자 www.loofen.com)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음식물 처리기 시장이 태동한 것은 벌써 10여 년 전이지만 그동안 기술적인 한계와 소비자 인지도 미비 등으로 시장 성장이 더뎠다. 루펜리는 끈질긴 기술 개발과 주부들의 마음을 꿰뚫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 이 회사의 선전으로 올해 음식물 처리기는 생활가전 시장에서 최고의 히트 상품이자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관심을 갖는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남은 음식물 100% 자연으로=현재 국내에서 한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5조원, 처리비용만 연간 4000억원에 육박한다.

 루펜리는 남은 음식물 처리가 이처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전인 지난 1999년, 일찌감치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설립 당시부터 ‘버려지는 음식물을 100% 자원으로 재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겉 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소형 가전인 음식물 처리기의 개발 과정은 예상보다 까다로웠다. 수십개의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탈수·압축·분쇄방식이나 교반 장치가 장착된 제품은 남은 음식물에 갈비뼈나 수저·포크 등 이물질이 들어갈 경우 기계가 고장나거나 소음이 심해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루펜은 첫째 ‘무엇이든 다 넣어도 상관없는 제품’, 둘째 ‘남은 음식물의 악취와 세균을 완벽히 막아주는 제품’ 개발에 매진, ‘건조방식’이라는 간단한 원리를 바탕으로 한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가장 먼저 빌트인 제품을 선보인 뒤 남은 음식물을 퇴비나 비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열풍건조식 독립형 제품(LF-03Q)을 개발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프리스탠드형 제품은 탈취필터를 장착해 냄새 문제를 해결하고 가격도 10만원대로 낮춰 바야흐로 음식물 처리기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음식물 처리 한 우물, 성공신화 창조=10년 가까이 음식물 처리기 기술 개발에만 매진한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국내는 물론 일본·유럽·중동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배 이상 늘어난 500억원, 올해는 무려 1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LF-07을 비롯한 다양한 색상의 프리스탠드형 신제품은 출시한 지 불과 두 달만에 홈쇼핑에서만 2만5000대, 총 누적 판매량 5만대를 돌파하는 등 중소 가전 대박 신화를 일궈냈다. 독특한 디자인과 부담없는 가격대, 편리함 등이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가전 매출이 정체 상태인 백화점 매장에서도 하루 30∼50대 이상을 판매하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제품 기술력이 인정받으면서 권위있는 각종 발명 대회에서 상복도 터졌다. 제네바 국제발명 신기술 및 신제품 전시회에서 금상·특별상을 받은 데 이어 이달 특허청이 주최한 여성발명경진대회에서는 대통령상의 영예까지 차지했다.

 루펜리는 기술력 뿐 아니라 독창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도 눈길을 끈다. 아이팟을 연상시키는 LF-07 제품에 이어 내년 초 출시할 신제품은 세계 3대 디자인 상인 ‘2007독일 레드닷 어워드’를 거머쥐었다.

 ◇지구 환경을 깨끗이, 글로벌 무대로 도약=이제 루펜리는 ‘깨끗한 지구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기업’이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세계 무대로 거침없이 진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캐나다·독일·일본 등 환경 문제에 민감한 선진국에서조차 버려지는 음식물을 대체 자원으로 바꿔주는 친환경 제품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두바이·카타르·쿠웨이트·오만·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6개국 정부와 음식물 처리기 공급 계약을 체결, 초도 물량 2만대를 준비 중이다. 업소용 음식물 처리기 설치가 의무화된 일본은 2006년부터 업소용 제품을 꾸준히 수출 중이며 올해 가정용 제품까지 포함하면 계약 규모는 총 700억원대에 이른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미국·캐나다·유럽 등 선진국에도 제품 테스트와 각종 인증 절차가 끝나는 대로 수출을 개시할 예정이다.

 ◇음식물 재활용 사업으로 영역 확대=“이제 시작입니다.” 이희자 사장은 루펜리의 국내에서의 성공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7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음식물 처리기를 기반으로 남은 음식물을 자원화하는 것이 루펜리의 최종 목표다.

 이미 이 회사는 루펜리 제품으로 건조된 남은 음식물을 수거해 연료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전 준비작업을 마친 상태다.

 이 사장의 성공담에는 ‘주부 손끝에서 나온 성공 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에 걸맞게 이 사장은 대기업이 하지않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승부를 거는 중소기업 ‘리빙’을 최근 창립했다. ‘남은 음식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싶다’는 주부의 소박한 꿈에서 시작한 루펜리의 성공 신화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관련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희자 루펜리 사장 인터뷰

 -수년간 정체상태였던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서 성공하게 된 비결은.

 ▲지난 99년부터 7년간 오로지 음식물 처리기 한 우물만 판 결과다. 소비자 사이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지만 그동안 수없는 실패를 거듭했다. 오늘의 성공은 다년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의 시각에서 제품 개발에 집중한 결과다. 주부의 관점에서 기능의 편리성과 내구성, 디자인, 가격까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적용하려고 노력해 온 것이 결실을 본 것 같다.

 -회사 설립 이후 힘겨운 순간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

 ▲음식물 처리기라는 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요되는 개발비 탓에 자금난 위기를 넘긴 적이 여러 번이다. 또 초창기에는 대부분 소비자가 음식물 처리기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해 제품 개발의 전 과정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다. 생산에서 판매까지 황무지를 개척해야 했기 때문에 매순간이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부지런히 개발한 제품을 베끼는 얌체 기업도 많았다.

 -루펜리의 중장기 발전 비전은.

 ▲루펜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깨끗한 지구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남은 음식물을 현재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해 자원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환경 오염의 주범인 오물을 자원으로 재생한다는 큰 꿈을 갖고 비료화·연료화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꿈이 실현되면 노벨상의 영광까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음식물 처리기 외에 사업 확대 계획은.

 ▲우선 루펜리의 모든 에너지는 음식물 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가정용에서부터 산업용(업소용)까지 다양한 모델을 꾸준히 개발 중이며 전문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 매김하려 한다. 루펜리 외에 최근 별도 설립한 ‘리빙’은 소형 가전 전문업체인데 남들이 하지 않는 아이디어 상품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 주부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제품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기대해도 좋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