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IT정책의 입안과 추진이 개점 휴업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여야가 17일로 예정됐던 국정감사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데에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갖가지 정치일정상 파행 우려가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데다 IT유관 부처도 이미 준비된 주요 어젠다와 신성장 정책을 차기 정부 출범에 맞춰 내놓기 위해 이른바 ‘정책 세이브’가 한창이다. 차기 정부에서 예상되는 부처의 위상변화나 조직개편 이슈 등도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정책 가운데는 다양한 조율과 검증을 거쳐 추진력을 얻어야 하는 사안도 있지만, 변화가 빠른 IT나 신산업 발굴 분야는 그만큼 빠른 계획 수립과 실행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최근의 행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정감사 관심 낮다=17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지만 국정 현안보다는 대선 이슈와 맞물린 증인채택, 정치·정략적 의제 설정 등이 부각되고 있다. 과천과 광화문 관가에서는 ‘올해 국감은 정치 이슈에 묻혀 좀 수월할 것’이라는 식의 기뻐할 수도, 그렇다고 난감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산자부의 감사대상 산하기관 수는 지난해 45개에서 올해 27개로 줄었다.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 양도 지난해 백과사전 두께의 책자 세 권에서 올해는 한 권으로 대폭 축소됐다. 정통부 관계자도 “이번 국감은 예년에 있던 지방 체신청 돌아보는 일정이 빠지는 등 아무래도 급하게 진행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에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금은 의원들이 국감에 몰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기정위는 새로운 이슈가 없는데다 쟁점을 부각시키도 어려워 의원들 대부분이 다른 정치일정에 매진하는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새로운 정책은 새 정부에서=과기부 관계자는 “주요 어젠다는 (참여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 제안하기보다는 몇 달을 기다려 대통령인수위원회 등에 내놓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이는 주요 이슈를 제기함으로써 차기정부에서 부처위상을 높이고 준비된 정책의 힘 있는 출발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의 한 팀장은 “모든 관심이 정치에 쏠리고 있는 데 새로운 정책 이슈를 터트리자고 상급자를 찾아가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며 “현안만 유지하는 가운데 팀장급 이상은 새정부 출범에 맞춰 코드에 맞춰 내놓을 주요 정책 이슈를 찾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차기정권 출범까지 남은 앞으로 4개월 동안은 정책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우리 부처 ‘어떻게 될까’= 공무원 사회에서는 이미 소속 부처의 위상변화, 부처 간 통합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비공식 창구를 가동해 자신이 소속된 부처에 유리한 모델을 흘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는 점에서 공무원 사회에서 인력조정 등에 대한 동요가 있는 것도 감지되고 있다. 한 산하 기관의 본부장급 관계자는 “부처 간 다양한 통폐합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나오고, 여기에 공무원은 물론이고 관련 산하기관도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또 어떻게 부처기능이 변화할지 모르는 가운데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 치고 나가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문제들이 정치 시즌에 따라 몇년 주기로 반복되는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승규·황지혜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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