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경제협력의 차원 높은 발전을 위한 몇 가지 합의가 도출됐다.
연간 교역량이 13억달러에 이르고 인적왕래도 10만명에 달하는만큼 이제는 남북경제협력을 생산적 투자협력, 양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 경제공동체 실현을 앞당기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활한 남북교역의 최대 장애가 됐던 통행·통신·통관 문제도 조기에 해소하기로 하였다. 차원 높은 경제협력, 특히 농업과 경공업을 넘어서는 조선·철도·수송·건설 등의 중공업 협력은 그동안 제한적으로 작게 추진돼온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에 커다란 동력을 부여할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공업 협력은 수준 높은 과학기술 지원이 필수적이고 이러한 과학기술은 여타 분야와 다양하고 복잡하게 연결돼 독특한 자체 시스템과 발전경로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수준이 높은 산업에서의 국제협력은 대부분 과학기술 부서 간 연계와 협력거점 구축, 공동 프로그램 설치, 인력양성 및 교류 등을 수반하게 된다.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협력에서도 기업의 영역을 넘어서거나 비효율적인 분야에서 정부가 상당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북한은 국가과학원이 기업을 포함한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 업무를 주관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대응 정도에 따라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을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북한은 90년대 초반 이후 중장기 경제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별도의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을 지속적으로 수립해 경제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2년까지의 중장기 과학기술발전계획으로 침체된 경제 회복과 미래 신산업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따라서 체계적인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은 기존 경제협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면서 미래를 공동으로 준비하고 북한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경제공동체 실현을 앞당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개성공단의 기존사업 내실화와 2단계 사업 조기추진, 제2·제3의 경제특구 설립도 차원 높은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을 추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개성공단은 1단계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북한 측 노동력 수급문제가 최대 장애요인으로 부상하였다. 노동집약산업에의 과도한 집중으로 저숙련 인력, 특히 미혼 여성들의 수요가 급증했고 개성 인근 지역에서는 이러한 노동력 공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단계 사업에서는 금속·기계·화학·전기·전자·SW 등 노동력 수요가 적고 여성 인력 비중도 작은 업종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중화학공업에 속하는 이러한 업종의 비중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과학기술계의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담당기관의 대응 여하에 따라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이 가속화할 수 있다. 이로써 북한이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산업고도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여기에는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에의 인터넷 개통과 통신문제 해결, 최근 6자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핵 설비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국교역법 적용대상 제외 등이 커다란 호재가 될 것이다. 이러한 합의는 바세나르협약과 미 상무성 수출통제규정(EAR) 등 그동안 개성공단에의 이중용도설비 반출을 통제해온 조항을 완화시켜 동 지역에서의 과학기술협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 인력을 활용한 SW 개발과 인력 양성도 포함될 수 있다. 물론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국제사회의 신뢰 획득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 투명성이 요구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개방된 사회에서도 첨단기술과 이중용도 제품의 이전과 반출은 종종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후속 회담에서 이러한 문제가 다뤄지기를 기대한다. 연말 대선 정국에서 남북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는만큼 국민적 이해와 합의를 도출하는 문제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춘근/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스탠퍼드대 연수 cgleesta@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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