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경기 "내년 2분기 본격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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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2분기까지의 부진을 ‘3분기 실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삼성전자 어닝서플라이즈를 이끌어 냄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호조가 메모리 경기의 회복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인가가 최대 관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다. 삼성이 3분기에 부진을 떨쳐낼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프로덕트 믹스(제품 배분)’의 결과이지 가격 상승때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모리 경기는 언제부터 회복기를 맞을 것인가.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올해 2월부터 시작된 D램 공급과잉은 내년 상반기 중에나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실적과 메모리 시황은 별개=삼성전자는 3분기에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림으로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 수 있었다. 가격 하락이 급격한 멀티레벨셀(MLC) 낸드 대신 가격이 안정적인 싱글레벨셀(SLC) 생산을 늘렸고, 판가가 2배 이상 높은 모바일 D램과 그래픽 DDR·SD램 등 고부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한 것. 또 미세공정화로 원가경쟁력을 유지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우식 부사장은 “3분기 D램 가격이 급락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실적개선을 달성했다”며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즉 이번 3분기 실적과 메모리 시황 개선과는 아무 상관 관계가 없는 셈이다.

◇내년 1분기까지는 하락세 지속 = 메모리 가격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안정세를 유지했다. 메모리는 통상 매년 가격 하락이 연간 30∼40% 정도에 이른다. 반도체는 2년마다 집적도가 2배씩 높아지고 있는데다 특히 메모리는 1년에 2배씩 증가하는 황의 법칙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세계 IT·전자산업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메모리 가격 하락폭이 자연스러운 수준이었으며 반도체업계는 호황기를 누렸다. 특히 한국·대만·일본의 메모리업계는 미국과 유럽계의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수율악화라는 호재까지 겹쳐 승승장구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대만업계의 계속된 호황은 투자로 이어졌고, 그 결과 올해 2월부터 세계 메모리시장은 공급과잉 조짐을 나타냈다. 자신감이 붙은 대만업계는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원가 수준에서도 증산을 멈추지 않았고, 그 영향이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마케팅 부서 관계자들은 메모리반도체 경기가 올 4분기 바닥을 찍고, 내년 1분기 후반부터 회복세로 돌아서 2분기 본격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빨라야 내년 1분기에나 가격 하락세가 멈출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통상 반도체 경기가 1년∼1년 반 정도 나쁘면, 후발업체들은 설비투자를 줄이게 돼 자연스럽게 가격이 반전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운용 김재동 주식운용본부장은 “내년 3월쯤이면 반도체 회사들의 설비 투자가 줄어 가격 회복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빠르면 1분기 중에 D램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 감소, 수요 증가 호재=올해 초부터 이어진 시황 악화에 따라 내년에 반도체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데에는 업계나 전문가들 모두 이견이 없다. 여기에다 전체 메모리 생산량의 30∼40%를 담당해 온 200㎜ 팹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 가격이 워낙 떨어지다보니 원가경쟁력이 없는 200㎜ 팹에서는 생산을 할수록 손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200㎜ 구조조정에 나섰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대만 난야 등을 포함해 전세계 15개 이상 200㎜ 메모리 팹이 폐쇄 또는 생산품목 전환, 300㎜ 업그레이드 등이 계획돼 있어, 내년 중 200㎜ 팹에서 150만장 정도의 메모리 생산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 메모리업계가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제히 초미세공정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내년 2분기 가격 반등의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와 일본 업계는 D램 60나노 공정 전환을, 대만업계는 70나노 공정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년의 예를 볼 때 원활한 미세공정 전환에 실패하는 업체들은 꼭 나왔으며, 특히 작금의 60∼70나노대 D램 초미세공정 전환은 그 가능성이 한층 높다”며 “60나노대 공정에서 수율 안정기에 들어선 국내업체들보다 대만 등 해외업체의 공정 전환 실패 가능성이 더 커,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수요 측면에서의 기대도 높다. 아이서플라이는 “윈도비스타 효과 등으로 4분기에 PC당 D램 용량이 1.5기가바이트(GB)를 넘어서고 내년에는 2GB에 달할 것”이라며 D램 수요 증가를 예상했다. 낸드플래시도 모바일기기의 대용량화와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 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견조한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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