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포럼]주객전도된 소모적 국가통합망 논쟁

　2001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발생한 9·11테러 사건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당시 소방부서의 대응은 심각한 무선통신 장애문제와 경찰과의 상호 통신 부재, 협업의 엇박자로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 2005년 7월 7일 영국 런던 지하철 테러 발생 시에는 경찰·소방부서 등 재난 관련기관 간의 효율적인 대처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민한 응급구조 활동을 펼친 데는 유관기관 간에 신속한 통신을 제공한 국가 통합망 시스템의 역할이 결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 대구지하철 참사 때 체계적이고 일사불란한 재난대응 지휘체계의 중요성과 통합된 국가무선통신의 시급성을 깨달으면서 2005년 10월부터 본격적인 국가통합지휘 무선통신망(국가통합망)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국산 장비의 부재상황에서 외국장비 에이전트 간의 이해논란과 사업권을 선점하기 위한 갖가지 잡음으로 중요하고 시급하게 구축돼야 하는 재난대응 통신망 구축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해 관계자 간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표준기반 단일망 구축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의의는 매우 크다.

　첫째, 운용에서의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 단일망은 유관기관 간의 상호 호환통신 문제의 어려움과 그에 따른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이기종 시스템 구축 시 배 이상 소요될 수 있는 예비품 비용·교육 및 유지보수 관련 비용을 현격히 절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 시스템 구축기간이 월등히 단축되고 시스템 업그레이드 시에도 서로 다른 기술발전에 따른 시스템 간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둘째,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기종 시스템 간 연동방안은 EU지원하에 ETSI 및 TETRA MOU에서 세부 프로파일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단기간 내에 테스트베드 구축 및 프로파일 표준화 완료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종 시스템 간의 인터페이스 표준화(ISI)는 EU 가입국가 내에서 경찰 간 업무협조 범주 내에서 연동을 전제로 하며 표준화가 완료될지라도 단일시스템에서 제공 가능한 재난대응 통신 및 암호화 기능을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또 게이트웨이를 이용한 이기종 연동방식은 단지 ‘음성패치’라고 불리는 과거의 구형방식으로 재난대응에 필요한 동시그룹통화 등과 같은 긴급 대응용 통화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등 재난 대응을 위한 기본 필수 통화 기능을 구현할 수 없다.

　셋째, 대부분의 외국 테트라 장비업체가 국내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기술 국산화를 진행 중이다. 한 예로, 모 테트라 기술업체는 2004년부터 국내 벤처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테트라 TRS 기반의 열차 탑재 무선통신장치를 개발했으며 브라질에도 수출한 실적을 갖고 있다. 또 국외 테트라 장비업체가 국내 제조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산화된 단말기를 출시하고 있으며 가장 큰 시장인 단말기는 표준화 및 인증이 완료돼 가격경쟁체계를 갖춰 저렴하게 사용자가 구매할 수 있다. 단일망을 구성하는 교환기도 국내에서 개발을 추진 중에 있어 조만간 표준기반 단일망이 표준망으로 바뀌는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산업 육성 및 세계시장 진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선진국은 재난재해 방재를 위한 통합망 구축을 서둘러 왔다. 우리도 이제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국가통합망의 원래 목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객이 전도된 소모적 논의로 시급한 국가통합망 구축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 통합망 구축이 지연될수록 업그레이드된 차세대 국가통합망의 기술 개발이 늦어져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기술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김응배 　ebk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