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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교수, 김현수 IT서비스학회장(국민대 교수), 박준성 삼성SDS 생산성혁신본부장(전무), 유영민 한국SW진흥원장 (가나다순) ※사회=박승정 본지 솔루션팀장
전자신문은 연중기획 ‘소프트웨어(SW)코리아 2010’을 통해 지난 1월 18일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총 6부, 32회에 걸쳐 국내 SW산업의 현황과 가능성에 대해 조망했다. SW산업이 영세할 수 밖에 없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희망의 씨앗은 어디에서 자라고 있는지, 성장 전략과 정부 정책은 어떻게 펼쳐져야 하는 지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봤다. 이에 본지는 산·학·관 등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중기획을 아우르고 마무리하는 좌담회를 마련, 인력·정책 등 주제별로 우리나라 SW산업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고 ‘샌드위치’ 코리아 탈출 해법을 논의했다.
◇사회(박승정 본지 솔루션팀장)=소프트웨어(SW)산업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SW산업의 현주소와 이에 대한 진단을 총론적인 관점에서 들어보고 각론으로 들어가 대안을 찾아보기로 하자.
◇유영민 한국SW진흥원장=정부는 그동안 SW산업 지원 및 육성책을 열심히 만들고 펼쳐왔다. 다만 정부 지원책이 산업 저변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실천 전략이 부족, 이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가는 정책들도 더 많이 확대해야 한다. 올해는 SW산업의 해외 비즈니스 모델이 바뀐 원년으로 생각한다. 단품 위주 SW가 아니라 콤퍼넌트 혹은 서비스 모델로 전환했다. 대기업과 중소 SW업체가 협업체계(선단형)를 구성,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김진형 KAIST 교수=누가 잘못했다, 잘했다 이것을 따지고 싶지 않다. 우리가 노력은 많이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역부족이었다. SW산업은 인력을 중심으로 한 산업이다. 그런데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중국에 저렴한 인건비의 SW 인력이 엄청나게 많다.
우리나라 SW 개발 인력이 인건비 격차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가 이것을 좀 더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했다. 정통부 부처 단위 수준에서 고민해선 절대 안 된다. SW산업을 우리나라 경제 구조의 근간으로 규정하고 이런 시각 속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책을 구상해야 한다. SW산업 규모를 통계로 따지면 한 줌밖에 안되지만 정부가 SW 산·학·연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다.
◇박준성 삼성SDS 전무=우리나라 SW산업의 경쟁력이 IT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SW가 반도체·휴대폰 등 산업 처럼 30∼4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SW산업은 인력 중심 산업이다. 설비산업인 반도체와 다르게 SW산업 경쟁력은 사람의 지식과 역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봐도 한국인의 지적 능력은 세계 평균적으로 봤을 때 높다. 왜 SW 분야에서는 역량이 발휘가 안되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수한 인력들이 SW 분야에 들어오질 않는다. 지원할 만한 동인이 없기 때문이다.
◇김현수 IT서비스학회장=임금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 SW산업 구조가 고부가가치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격차가 크다. 격차를 메우기 위해선 다양한 방안이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경쟁력은 포천 500대 기업에 대기업이 몇 개나 들어가 있느냐이다.
SW산업 경쟁력도 마찬가지이다. SW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대기업 지원을 무조건 금기시해선 안 된다.
◇사회=맞는 얘기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현재 SW 고급 개발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10년 가까이 SW 인력 양성 정책을 펴왔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
◇유영민=우리나라 SW 사업은 헤드 카운트(맴먼스) 방식에 의해 그 서비스 대가를 받는 낡은 모델이다. 20년 동안 이어온 사업 모델이다. 사업 모델 중심 축을 단순한 사람 머리 수가 아닌 서비스 가치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기업들은 HW·SW 비용 빼고 나머지 40∼50%의 인건비를 놓고 경쟁한다. 프로젝트를 뜯어보면 단순한 업무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고급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데 구체적으로 어떤 쪽이 부족한지 파악이 안 되고 있다.
SW 분야를 좀 더 세분화해 영역별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장기적인 인력 양성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괴리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3년간 SW 영역별로 누가 어떤 전문 SW 인력을 원하는 지, 학교는 어떤 인력을 내놓는 지, 서비스 모델 별로 어떤 요소 기술이 필요한 지 등의 예측자료를 만들 계획이다.
또한 정부 정보화 사업에서 분석·설계·개발·테스트 등의 업무에 대한 사업 대가를 차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고급·중급·초급으로 나눠 대가를 일괄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SW 사업 가치를 비즈니스 영역, 컨설팅 영역으로 옮겨 가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 언젠가 단순 개발은 북한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대가 산정 기준도 단순히 펑션 포인트로 해선 안된다. 대가를 업무별로 차별화한다면 정부의 제안요청서도 한층 충실해지고 기업도 사업 수행 기간 중 발주처와 겪는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내년 상암동에 원격 공동개발센터를 세우고 단순한 개발 업무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원격 공동개발센터 얘기는 새로 나온 것 같다. 이전에 이의 필요성이 거론된 바 있는데 흐지부지됐다. 발상은 신선한데 원격 공동개발센터가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유영민=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SW 개발업무의 보안과 관리의 편의성 때문에 발주자들이 관행적으로 SW사업자의 인력을 개발기간 동안 자사의 근거리에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왔다. 즉, 발주자는 그동안 SW 개발 관리 지침에는 사업자가 발주자 근처에서 개발업무를 진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보 10분 혹은 반경 수㎞내 등의 장소에서 개발 업무를 수행한다’는 조항을 관행적으로 계약서에 삽입해 왔다는 얘기다. 따라서 SW 사업자는 발주처에 인력을 파견, 개발 기간이 끝날 때까지 개발인력을 다른 업무에 활용하지 못해 인력난은 물론 비용부담에 시달려왔다.
이 센터는 그동안의 기업간 계약 및 업무관행을 바꾼다는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세부 운영 계획을 세워 빠른 시일 내에 기업들이 공동개발센터에 입주토록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분석·설계·테스트 등 핵심 업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박준성=중요한 것은 인력 육성을 위해서는 수요 창출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고부가가치의 일터를 만들어주면 우수 인력이 자연스럽게 몰린다.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SW산업에 진출, 성공의 희열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커리어 로드맵을 그릴 수 없다. 멋모르고 SW산업에 들어왔던 사람이 ‘이거 잘못 들어왔구나’ 생각하고 업종을 바꾼다.
커리어를 보호해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 시장에서 고가격에 보상해주는 지식 집약적인 전문 분야가 SW에 1∼2개 있으면 된다. SW 부문에서도 가장 고부가가치 역량을 갖추고 있고 보수가 두둑함은 물론 사회에서 존경을 받는다면 청년들이 SW산업에 너도 나도 진출할 것이다. 기피하지 않는다. 고부가가치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제일 안타까운 게 교육 정책이다. 교육부가 학교와 산업이 긴밀한 관계를 갖도록 교육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카네기 멜론대는 GM 직원을 키워주는 과정을 두개씩이나 운영하고 있다. MIS와 임베디드 SW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교들도 카네기멜론 대학처럼 산학 협력과정을 개설하고 싶어한다. 인력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통부 문제가 아니다. 교육 문제이다.
◇김진형=우리나라가 무역 장벽을 허물면서 피해를 본 것이 2개 산업이다. 바로 농업과 SW다. 농업은 120조원의 구조조정 자금을 쓰고 있는 데 소프트웨어 산업은 홀대를 받았다. 정부가 SW 중요성을 잘 모른다. 막말로 SW산업 망해도 좋다. 다른 산업으로 먹고 살 수 있으면 된다. 하지만 기술 융복합 시대에서 SW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다른 전자 산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
SW 경쟁력이 약하더라도 다른 사업이 살기 위해선 SW 분야에 물을 줘야 한다. 국가 경제 측면에서 정부가 이러한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나노·바이오 분야와 SW는 차원이 많이 다르다. 바이오·나노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 SW는 모든 산업을 위해서 필요한 기술이다.
정부는 또한 IT를 이용한 대형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일례로 우리나라 기업의 물류 비용이 13%이다. 선진국은 3%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가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보화 사업을 만들면 기업도 살고 인력도 늘어나는 데 정부가 시장 창출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한 마디 덧붙인다면 SW산업을 정통부가 주관하는 게 이해가 안간다. 정통부는 SW를 통신의 부품으로만 생각한다. 범정부 차원에서 SW를 다뤄야 한다. 정부엔 CIO 시스템이 없다. CIO가 큰 틀에서 SW 기업을 육성하고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김현수=인력 양성은 어려운 문제다. 산업계 수요가 대학에서 배출하는 이공계 졸업생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팽창하지 못하다 보니 SW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대학도 기술 혁신이 워낙 빠르다 보니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키워내지 못했다. 더불어 기업이 대학을 존중하고 산·학 협력을 잘하자는 분위기도 성숙하지 않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맞물리면서 인력이 부족하게 됐다. 대학 교육프로그램을 산업 현장에 맞도록 개선해야 한다.
◇김진형=IT서비스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아웃소싱해야 한다. 중국이나 북한에 SW 개발단지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인력 양성을 위해 분석설계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불해야 한다.
◇사회=인력 양성 부족 현상 중 하나로 이공계 기피 현상을 지목하고 있다. 대학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어떤가.
◇김현수=이공계 기피 현상은 이공계 합격 점수가 계속 떨어진는 데서 알 수 있다. 인문계 합격 점수는 올라가는 반면 이공계는 떨어지고 있다.
◇김진형=대학엔 SW가 없다. 대학생들이 SW를 기피한다. 심지어 전산학과에서도 99%가 네트워크를 하겠다고 대답한다. 정보통신·통신 등 분야에 연구비도 많고 하니 SW 전공을 안한다. SW 관련 학과에 입학한 후 통신·네트워크 분야로 눈을 돌린다.
◇사회=자, 다음으로는 중소기업 육성 문제로 돌아가보도록 하자. SW 중소기업 현황은 어떻고, 이를 육성하고 또 시장에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논의해 봤으면 한다.
◇유영민=중소 SW 기업이 6000∼7000개에 달한다. 모든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 밖에 없다.
대·중소기업을 같이 묶어 해외 진출하는 정부 사업을 많이 진행해야 된다. 단품 위주의 SW 육성 전략은 실효성이 없다. 특화된 서비스 모델로 승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우수한 중소기업들이 많이 나오고 생존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역량을 갖춘 분야를 정리하고 이에 따른 서비스 모델과 요소 기술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김진형=정부가 기업에 자금을 분배 지원해주는 나눠주는 지원책을 펼치고 있는 데 그러면 안 된다.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정부가 전략적인 사고를 갖고 특정 SW를 적극 구매, 해당 기업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소기업을 살리는 길은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준성=실력있는 중소기업들이 많아 졌다. 품질있고 실력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중소 SW 업체 설립하면 금융 등 분야의 우수 업체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이 모자를 쓰기도 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정한 시장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만들어주면 된다.
◇사회=SW코리아를 위한 많은 논의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SW 분야의 세계적 강국 대열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얘기해 달라.
◇유영민=실효성 있는 정책을 잘 펼쳐야 할 것이다. 정부의 근본적인 역할은 SW산업 육성이다.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토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모델들이 많다. 세계적인 모델들이 많이 있다. 기존 나와 있는 것과 이들 모델을 잘 결합, SW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김진형=SW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지나치게 강조해선 안 된다. SW는 기술적인 측면과 관리적인 측면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SW는 기술변화가 빨리 일어난다. 신기술이 개발되면 얼마 후 구기술이 된다. SW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들여 육성한다는 것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약할 뿐더러 현재 역량으로 힘들다. 앞선 기술을 빨리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고 정부가 이에 맞게 지원책을 펴야 한다.
◇박준성=SW는 BT·NT 기술과 달라서 핵심 코어 기술을 한국에서 개발, 외화를 획득하는 것은 어렵다. 기초 코어 기술을 연구하려 하지 말고 이미 선진국에서 개발돼 얼리 어댑터들이 IT 활용 면에서 고민했던 것들을 빨리 익혀야 한다.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것이 선진국에서는 15년 전에 고민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코어 기술이 뒤져 있다. 정부의 SW 연구개발 포커스는 신기술 혹은 코어 기술이 아닌 한국이 흡수할 수 있는 응용 연구에 둬야 한다. 정부는 기초 연구보다 선진 기술을 어떻게 선별하고 응용할 것인가를 지원해 주면 된다.
◇김현수=SW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연구개발 가시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평가 체계, 활용하는 체계, 성과를 보이는 체계 등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6000∼7000개 중소기업을 다 잘 살게 할 수 없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간 인수합병(M&A)도 하나의 답이 될 것이다.
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중소기업도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IT서비스 업체는 더욱 대형화해야 한다. 끝으로 시장 창출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은 해외 시장 개척을 많이 해야 한다.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여러 부처들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굉장히 산발적이어서 효과가 몇 년동안 없다. 글로벌 개척을 위해 범정부적으로 일치 단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사회=SW는 우리나라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된 산업이다. 모두가 SW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이를 육성하고 활성화하는 방법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 같다. 아무쪼록 이번 좌담에 나온 내용들이 우리나라 SW산업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바쁜 시간 쪼개 우리나라 SW산업 발전을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정리=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