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 개성공단 건설 구체화 되나’
2일 평양에서 개막되는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가 ‘분단시대’에서 ‘평화시대’로 넘어가는 실질적 전환기가 될 전망이다. 남측의 제조기업들을 수용할 새로운 경제특구의 건설과 인프라구축, 농업 등을 포괄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공동번영’이 회담의 핵심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도 남북경협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경제공동체를 지향함으로써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장기적이고 투자적인 관점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해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경제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평화가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적 합의와 제도적 보장을 마련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이번 회담을 통해 제도적·군사적 조치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의 여부에 거는 기대도 높다.
이를 통해 그간의 경협이 북측에 대한 일방적·일회성이 아닌 쌍방·투자적 단계로 발전해 남북이 윈윈모델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회담은 지난 2000년 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개성공단’ 사업의 확대 발전판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회담을 통해 새로운 경제특구 즉, 제2,제 3의 개성공단 건설을 북측에 제안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기정사실화 됐고 벌써 그 후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론되는 곳은 △해주·남포 △원산 △나진·선봉 △신의주 등 네 곳이다. 이가운데 해주·남포가 유력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제2, 제3의 개성공단 건설은 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경협을 생산적으로 투자협력으로,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 우리에게는 투자의 기회가, 북쪽에게는 경제회복의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과도 같은 맥락이다.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도 최근 “남북이 경제공동체를 지향한다면 경협이 활성화돼야 하고 중간에 몇 개의 개성공단 같은 경제특구를 상정해볼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제2, 제3 개성공단) 건설이 상상 가능한 것이고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회담에 개성공단 사업을 주도해온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이 특별수행원에 포함된 것도 특구 구상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제2, 제3 개성공단 후보지로 부상한 해주·남포지역은 황해도에 속해 기존의 개성공단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연계효과가 뛰어나다. 또 서해 북방한계선과 인접해 있어 이번 회담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에 대한 논의가 상당부분 진전될 경우 도로나 철도는 물론 배로도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남포는 평남 선과 대동강 수운으로 평양과 연결되고 남쪽은 재령평야와 접해 있는 대표적인 공업도시로, 제련소를 비롯 선박·전극·화학 등의 공업이 잘 발달돼 있다.
노 대통령이 방북 마지막날인 4일 이곳의 서해갑문을 방문하고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구본무 LG그룹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및 CEO를 비롯 현대그룹과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회장 등이 참석하는 남북간담회에서는 경협 활성화를 위한 북한 경제정책 등 전반적인 사항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간담회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공식수행원인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한다는 점이다. 또한 일반 경제단체장보다는 실제로 대북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의 CEO나 12개 업종대표가 직접 참석하는 것도 그만큼 실질적인 협력사업안을 도출해 낼 개연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재계 반응
구본무 LG그룹 회장·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들의 방북에 대한 기대감을 묻는 질문에 3사는 극도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정치적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섣부른 예단을 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3사는 “이번 방북에서 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는 만큼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해 논의가 오가겠지만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체 공식적인 거론을 자제한다는 것이 내부 원칙”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지만 이번 재계 인사들의 방북은 정부의 권유에 의해 결정된 것인 만큼 신규 사업 등 영리 추구를 위한 공식적인 계획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장 구체적인 기대감을 나타낼 수 없는 입장”이라며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이번 방북에 대해 나름대로의 기대감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그동안 북한에서 실제로 진행중인 실물 비즈니스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최태원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협력을 위한 분위기 변화정도만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뭔가를 끄집어내기보다는 회장의 ‘최초 방북’이라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처음으로 북한에 직접 가서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중장기적이고 거시적인 협력방안에 대해 살펴볼 수 잇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수준이다.
김유경·정진영기자@전자신문,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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