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보의 ’억울한 의혹’

 기술보증기금(기보)이 정치적 의혹(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 관련 특혜성 대출심사·보증)에 휩싸였다. 기보는 몇 차례 해명자료로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이슈가 없어 지나치기로 했던 국정감사까지 뒤늦게 잡혀 파장은 확대일로다. 물론 문제가 있다면 짚고 넘어가야 하며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체도 없이 의혹만 부풀려진다면 더 큰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적에 따라 신용보증기관의 역할 축소를 검토해 왔다. 기보를 기술벤처 전문 보증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방침도 이런 배경에서다. 실제로 기보는 최근 들어 신용보증기금과의 역할분담으로 재무평가 위주의 일반보증 업무를 중단하고 기술성 위주의 기술평가보증에 집중해 왔다.

 이번에 특혜 시비가 제기된 벤처기업은 상환능력과 업력 등 재무부분은 최하 등급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이에 기보 측은 기술력이 뛰어난 ‘기술우수창업기업’으로 지정돼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기보의 고위 관계자는 “기술력 위주의 초기 벤처기업은 재무가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기보는 바로 그런 회사를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라며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그동안 기보의 변신을 환영해 왔다. 담보력과 자금력이 취약한 기술 기업의 대변자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기보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의욕적으로 펼쳐온 기술평가 정책이 빛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다.

 강한 질타에는 누구나 흔들리게 마련이다. 또다시 지적을 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만난 한이헌 기보 이사장은 “잘못한 것에서는 매를 달게 맞겠다”고 말했다. 제기되는 정치적 의혹에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으로 들렸다. 그동안 4∼5차례나 발표한 해명자료에서처럼 기보가 떳떳하다면, 앞으로도 소신대로 업무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준배기자<정책팀>@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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