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공동으로 이동통신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금융결제원과 17개 은행으로 구성된 모바일금융협회는 이달 초 모임을 갖고 은행권 공동으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로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이들 은행은 전국에 7000여개나 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계획대로 이통시장에 진출한다면 이통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이통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것은 조만간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 통신망이 없는 은행도 망을 빌려 통신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설비경쟁 위주의 정책을 펴왔던 정부는 최근 서비스 경쟁 촉진과 소비자 편익 향상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기로 한 바 있다. 즉, 그동안 산업 육성을 위해 통신사업자 위주의 정책이 불가피했지만 앞으로는 소비자 위주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통신정책을 기존의 소매 규제에서 도매 규제로 전환해 특정 통신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의무적으로 자체 네트워크를 재판매해야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 통과가 예상되는 이 법안은 은행은 물론이고 백화점 등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도 통신사업자의 망을 빌려 통신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유통·제조 같은 분야에서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통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시장에 활발한 경쟁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MVNO는 기존 이통서비스와 차별화된 서비스와 요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해당 산업을 통신과 결합하면 보다 경쟁력 있는 컨버전스 서비스도 선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권은 모바일 결제 기능에 특화된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자동차 제조업체는 내비게이션 기능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유통업체는 특화된 신제품 정보를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무기로 내세울 수 있다. 이처럼 MVNO가 도입되면 기존 이통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고 결국 이는 기존 이통사업자와 경쟁을 형성해 요금 인하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등 국가는 우리보다 앞서 MVNO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MVNO 서비스를 준비 중인 사업자의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50여개가 넘는 MVNO 사업자가 있는 미국은 사업 중단 기업이 잇달아 나오고 있으며 가입자 증가와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도 감소세에 있다고 한다.
MVNO업체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기존 이통서비스업체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은행권의 이통시장 진출 검토에서 알 수 있듯 정부의 경쟁 촉진 정책으로 향후 이통시장은 치열한 격전장이 될 것이다. 한 가지 사업자가 명심해야 할 것은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차별화된 서비스와 공정한 경쟁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멸을 부르는 출혈경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도 무엇보다 공정 경쟁 환경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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