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토머스 모어는 소설 ‘유토피아(Utopia)’를 썼다. 1516년도의 일이니 500년 가까이 지났다. 이상향을 그렸다.
유토피아에서는 6시간만 일하면 된다. 나머지 18시간은 여가시간이다. 화폐도 없다. 도둑질·강탈·사기 등 돈에 연관된 범죄도 없다. 천국이다. ‘Utopia’는 그리스어 ‘Outopos’에서 유래한다. ‘Ou’는 not, ‘topos’는 Place다. 말 그대로 유토피아는 바로 애석하게도 ‘어디에도 없는 곳’ ‘아무 데에도 없는 나라’다. 그저 상상 속의 도시일 뿐이다.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란 용어를 쓴 것은 아마도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임을 알았기 때문일 게다.
벤처신화의 주인공인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이 오랜만에 방한했다. 그는 유비쿼터스 강연에서 “Science Fiction?…Not a Bad Roadmap!”을 역설했다. 영화나 꿈에서 그리던 미래상은 이제 모두 현실화가 가능하며, 다만 기술 구현에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공상소설인 ‘유토피아’도 이젠 더 이상 꿈이 아니라는 얘기다.
유비쿼터스의 어원은 라틴어 ‘ubique’다. ‘어디든지(everywhere)’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등의 의미다. 유비쿼터스는 분명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부재(不在)’의 유토피아와 ‘존재(存在)’의 유비쿼터스는 정반대 개념이다. 소설 ‘유토피아’가 나온 후 5세기가 지난 지금 허황된 꿈의 이상향은 유비쿼터스 시티(u시티)로 현실화되고 있다.
유비쿼터스 기술을 도시에 적용한 u시티는 우리가 원조다. 바로 대한민국이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현실화하고 있다. 양립된 유토피아와 유비쿼터스를 융합해 u시티로 엮어내며 정반합의 결과를 이끌고 있으니 대단한 역사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첨단 유비쿼터스 기술이 총망라되는 u시티가 향후 국가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부도 잘 안다.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턴키형 수출의 비즈니스 모델, 국토 균형발전의 열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관부처는 주도권 확보에만 열을 올려왔다. 결국 감사원과 국무조정실이 중재에 나섰다. 시간이 없다. 더 늦기 전에 확실한 역할분담으로 ‘유토피아’를 제대로 만들어 보자.
솔루션팀 최정훈차장,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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